하느님은 어디에 계신가?

너와 나, 깨진 관계의 틈 사이에 계신다.

그러니 깨진 관계를 두려워하지 말자.

거기서 하느님을 만나는 경험을 맛볼 수도 있으니.


하느님은 어디에 계신가?

가을이 시작된 어느 날, 홀로 핀 들꽃의 꽃잎 위에 계신다.

그러니 오가는 길에 만나는 들꽃과

아스팔트 사이에 핀 이름 모르는 풀들을 그냥 지나차지 말자.

그 들꽃과 풀들을 환영하며 말을 걸면

하느님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해 주실 수 있으니.


하느님은 어디에 계신가?

저기 철거촌 높은 펜스 아래에 홀로 싸우고 있는

용기 있는 부부의 어깨를 붙들고 계신다.

그들의 등 뒤와 얼굴 앞에서 마주보고 계신다.


그러니 외로운 싸움의 고통이 어깨을 짓누를 때에

하느님이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라며 속삭이고 있음을 잊지 말자.


그러니 무릎이 꺾이고 더 버틸 힘이 없어 뒤로 넘어질 때에

등 뒤에 계신 하느님이 붙들어 다시 일으켜 내실 것이란 걸 믿어 보자.


그러니 한 걸음, 아니 반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순간에

마주 보고 계신 하느님이 부둥켜 안고 꺼이 꺼이 함께 울고 계심을 알아 차리자.


우리의 하느님은

흔들리고 외롭고 주저 앉아 버릴 수 밖에 없는 이들 곁에서

가장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분이니.


가장 고통스럽고 눅눅하며 추하고 억울하며

본능적으로 피하고픈 그 곳에

가장 먼저 계시고 가장 나중까지 머물러 계신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니..



덧붙임: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북아현 철거 싸움 농성장에서 이선형 위원장님 부부와 함께 거리의 예배를 드리는 이들이 있다.

매번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부랴 부랴 다녀온 게 8월 7일. 거의 한 달이 되어 간다.

늘 함께 해 드리지 못하는 아픈 마음에 부부가 함께 쌈지 돈을 털어, 손에 쥐고 기도하는 '홀딩 크로스' 한 쌍을 사서 손에 쥐어 드리고 온 지 벌써 한 달이 되어 가는 거다. 이 미안함을 어찌해야 하나.. 오늘, 아니 어제도 함께 하지 못했기에, 이 아픈 마음을 담아 두 분을 지지하는 글 하나 남겨 본다.

주여.. 속히 와 우리를 도우소서. 저 불의한 세력을 돌이키게 하옵소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자캐오

2013/09/26 02:35 2013/09/26 02:35

Trackback URL : http://www.zacchaeus.kr/trackback/212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729 : 730 : 731 : 732 : 733 : 734 : 735 : 736 : 737 : ... 908 : Next »

블로그 이미지

가난, 소외, 여성 & 그 언저리에 함께 하는 무지개빛 성령님...

- 자캐오

Calendar

«   2018/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Site Stats

Total hits:
303288
Today:
42
Yesterday:
85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