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되어

2014년 12월 7일. 대림 2주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민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선포. 그리고 원안에 담긴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를 유지하도록 호소하며 싸우는 성소수자 길벗들과 여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농성이 진행 중인 서울시청 신청사 1층 로비.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시작된 "무지개 농성 지지와 연대를 위한 사랑의 식탁(예배)"에서 한 빵과 잔을 나누며 큰소리로 외쳤다.

"(혐오자들의) 혐오에는 사랑으로, 배제에는 연대로, 저주는 축복으로!"

일정보다 조금씩 늦어진 현장 상황에,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길찾는교회 성찬예배에 늦지 않으려고 열심히 움직여 주교좌교회 지하 어린이 예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종소리에 맞춰 침묵으로 시작한 성찬예배.

한참 예배가 진행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데, 치밀어 오르는 슬픔과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함께한 "사랑의 식탁(예배)" 후에 농성장을 지키기 위해 남은 길찾는교회 성소수자 식구들. 그분들이 시청 문 앞까지 배웅할 때 나눴던 포옹의 온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겠다'는 그 결연한 의지가 가슴 아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결국 봉헌의 노래를 부르다가 흐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거룩함은 함께 울어주는 것. 거룩함은 함께 웃어주는 것.."

노래가 끝나도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아 울면서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길찾는교회 성소수자 식구들을 농성장에 두고 올 수밖에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그분들이 혼자라는 마음이 들지 않게 하고픈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저 함께 예배하는 것뿐이라 너무 가슴 아프다고. 그래도 이렇게라도 성소수자와 여러 소수자 길벗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교회 가운데 하나로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우리 교회의 존재는 아직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그렇게 그냥 울 수밖에 없었다.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 길벗님들. 그 차가운 시청 바닥에서 잠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왜곡된 극우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혐오와 저주로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져야 할 '인간의 권리'로부터 배제당하고 있는 것, 정말 미안합니다. 그저 우리들의 눈물과 기도가, 님들에게 작은 연대와 지지가 되길 두 손 모아 기도할 뿐입니다.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침묵하거나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한걸음 물러서 계신 그리스도인 길벗님들. 님들의 교회 식구라면 어찌하실 것입니까? 분명 님들의 교회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저주받은 생명, 태어나선 안될 존재'인 것처럼 느끼는 이 현실 앞에서 대체 무슨 말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증언할 것입니까?

대림 2주일. 우리 모두는 서로의 예언자이자 하느님의 길을 안내하고 드러내는 증언자이며 정의와 축복의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성찬예배 중에 흘린 눈물이 우리 길찾는교회 성소수자 식구들은 물론,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 식구들 앞에서 이 땅의 교회가 흘리는 참회의 눈물이자 위로의 눈물이 되어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저는 울다 지쳐 죽어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혐오자들과 맞서 내 성소수자 길벗들을 지킬 겁니다.

"혐오에는 사랑으로, 배제에는 연대로, 저주는 축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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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12/08 03:57 2014/12/08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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