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어떤 날은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열린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잠시 닫아야 하는 날이 있다.

휘청 휘청, 그렇게 겨우 버티듯 사는 날들이 쌓이고 쌓이면, 바닥이 꺼져 버린듯이 어느 골목 한 켠에 쓰러져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열린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잠시 닫고, 일찌감치 집으로 향해 포근한 이불 뒤집어 쓰고 깊은 잠에 빠져 들어야 하는 날이 있다.

인생사, 이 땅의 모든 문제, 나 혼자 다 해결할 수도 없고, 그 모든 일에 다 답하거나 뭔가 아는 척 할 필요도 없다. 여럿이 어깨동무하고 걷다가도 그 대오에서 잠시 빠져, 먼저들 가고 있으면 곧 따라 가겠다고 그렇게 먼저 보내야 할 날도 있다.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그 누구도 돌볼 수 없고 그 어떤 인생사나 문제에도 정직할 수 없다는 걸 꽤 비싼 수업료를 주고 배워 왔지 않던가.

오늘은 그렇게 포근한 이불 뒤집어 쓰고 스스로를 토닥거려주며 깊은 잠에 빠져야겠다. 내일 눈을 떠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루, 스스로에게 정직한 채로 반나절을 깊이 잠들었으니,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세상으로 한 번 더 용감하게 돌진할 힘이 생겼으리라.

혹여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가. 삶에는 '쉼표'가 꼭 필요하고 그 쉼표는 '여백'아니던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무언가를 있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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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3/24 02:04 2014/03/2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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