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에 가정을 이루고 성공회로 옮기면서 다이어리 첫 장에 적었던 성서 구절이 있다.

명함이란 게 생기면서부터는 항상 명함 어딘가에 있는 성서 구절.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1요한 4:18, 공동번역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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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박 2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KTX.

계속 맴도는 성서 구절. 결국 아이패드에 있는 성서를 열어 읽고 또 읽었다.

몇 번씩 되뇌고 되뇌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새 옷에서 조각을 찢어내어 헌 옷을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새 옷을 못쓰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새 옷 조각이 헌 옷에 어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 술을 헌 가죽부대에 담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릴 것이니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는 못쓰게 된다.  그러므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  또 묵은 포도주를 마셔본 사람은 '묵은 것이 더 좋다.' 하면서 새 것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

(루가 5:36-39, 공동번역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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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성공회를 비롯해서 서구 주류 교파들 가운데, 교회 안팎에 존재하는 아픔과 함께하려는 교회들이 있어 왔다.

에큐메니컬 운동이 대세(?)일 만큼 활발하던 오래 전엔, 이를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라고 불렀다.

이후 에큐메니컬 운동이든 복음주의 운동이든, 다양한 이야기와 형태로 나눠졌다. 그리고 이들은 지역과 맥락 그리고 신학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이름 지어졌다.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 '교회의 새로운(신선한) 표현'(Fresh expressions of church) 또는 '(다양한) 선교 형태의 교회'(Mission-Shaped church) 등등.

내 생각에 이런 교회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다른 강조점 가운데 공통된 '문제 의식'은 딱 두 가지다.


첫째, 하느님 나라와 복음의 핵심을 어디까지 단순명료하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둘째, 그 핵심을 위해 무엇까지 '상상'하고 '변화(혁)'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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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리더십을 얘기해 달라고 초청된 자리에서,

오히려 모인 분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첫째, 교회는 구원의 방주인가요? 하느님 나라를 위한 균열점인가, 누룩인가?

둘째, 신자는 규정되나요? 갱신되고 완성되어 가나요?

셋째, 하느님의 신비는 교회 안에 머무나요? 너와 나, 그리고 세상 가운데 존재하나요?


그리고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세 가지 힌트.

'사랑이 답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결국 '완전한 사랑'과 '새 술'은 '새로운 사람'을 통해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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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찾는교회가 '하느님의 선교'를 '새롭게 표현'하는 교회 가운데 하나가 되려면,

우리를 하느님의 숨결로 숨 쉬게 하는 '영성',

우리를 지속적으로 만나게 해주는 '전례',

우리가 가진 자기 한계를 넘어서게 해 주는 '사회적 참여'.


이 세 가지 지향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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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에 존재하는 이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하는 교회이려면,

하늘과 땅이 맞닿는 자리인 '성찬의 영성',

있는 만큼 차별 없이 나누는 자리인 '애찬의 영성',

하느님의 숨결을 간직한 모든 사람들이 섬기는 자리인 '사귐의 영성'.


이 세가지를 구현하려는 몸부림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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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두는 어떤 맥락에서 이뤄지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의 예수님께서 그리 하셨듯이 '언저리'라는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한 마디로 '사회적 영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환대, 경청, 친밀함'을 통해 구현해 낼 때에,

사람들은 비로소 '안전한 공간'이라 느끼고 '교회'를 맛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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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3/12/18 03:47 2013/12/18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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