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는

숫자에는 그만큼의 무게와 책임이 따른다.

옆 동네는 제100회 총회를 맞이하여 “성찬에 담긴 예수 정신을 고난 받는 현장에서 구체화하겠다고 선언”한단다. 그리고 사회부에서는 “성소수자 목회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및 연구위원 구성 헌의의 건” 등도 다뤄진단다.

우리 동네도 돌아오는 10월에 125주년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행사의 ‘원 포인트’는 과연 뭘까? 그 원 포인트를 성공회 안팎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전으로 받아지도록 정리된 ‘한 문장’은 무엇인가?

사람 간의 관계 또는 조직이 숫자로 얘기될 때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관계나 조직에 디딤돌이나 전환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반성하며 내일을 제시히고 실행하기 위한 동력을 얻기 위함이다.

우리 동네의 125주년. ‘기념’하기 위한 행사나, ‘비전 제시와 실행’을 위한 마당을 만드는 것 가운데, 사람들은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 쌓인 무게만큼 값을 하려면, ‘기념 행사’와 ‘비전 제시와 실행을 위한 마당 구성’은 동전의 양면이 되어야만 한다.

쌓인 숫자만 강조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만 무게가 실리면, 사람들은 ‘한 번의 행사’를 기억할 뿐이다. 비전 제시와 실행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으로 함께 할 사람들이나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구경꾼’이 될 뿐이다.

과거의 헌신과 영광을 기억하는 것. 오늘을 반성하는 것. 내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마당을 구성하는 것은 깃발만 꽂는다고 되지 않는다.

그 자리에 함께 해야만 하는 이들이 ‘일회용 부품’이 아닌 ‘구성의 일원’이자 ‘동역자’로 자각하고 있어야만 한다. 자각할 수 있도록 역동 관계가 이뤄져야만 한다. 그들이 ‘옳지 않다’고 느끼는 일들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숫자에는 그만큼의 무게와 책임이 따르는데, 그 무게와 책임은 결국 ‘소속되어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깃발을 들고 이끄는 몇몇에 의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125’라는 숫자로 갈무리된 이후를 책임지며 감당해야할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를 일회용 부품처럼 느끼거나 옳지 않다고 느끼는 일들이 반복되면 안 된다. 그들이 구경꾼이 아닌, ‘목소리’가 되는 125주년이 되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만 한다.

옆 동네를 통해 우리 동네를 비춰보게 된다. 물론 완벽한 동네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에 바탕한 자기 반성의 시작이 되어야만 한다.


* 덧붙임. 기장 100회 총회와 성공회 125주년이 준비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기 반성'을 해 본다. 행사를 위해 애쓰는 분들의 노고에 대한 비판이 아닌, 그 행사를 통해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일 뿐이다. 큰 행사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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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9/02 14:25 2015/09/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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