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다니던 교회는 동네골목길, 거기에 있던 교회였다.

서너 살 때 이사와서 지금껏 거의 삽십 몇 년을 살고 있는 엄니집도 동네골목길에 있다.

그래서일까. 결혼과 동시에 순복음교회 전도사를 그만 두고 한 달 뒤에 찾아간 성공회 성북 나눔의집이 동네골목길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는 게 무척이나 반가웠다.

대부분의 교회나 기관들이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교통이 좋은 대로변에 있어야 한다고, 그게 상식처럼 여겨지던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동네골목길 안쪽에 자리잡은 나눔의집과 그 지하에 있던 신앙공동체는 내게 '다른 이야기'로 다가왔다.

대세와 다르지만, 그게 맞는 이야기. 내게 나눔의집과, 그 나눔의집이 자리잡은 동네골목길은 그런 의미였다.

2년 여 짧은 시간 머물다가, 성소(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나느라 떠난 나눔의집과 동네골목길. 그분들은 떠날 수 없어서, 떠나기 싫어서, 떠나선 안 되기에, 또는 다시 돌아왔기에 그 곳에 모여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서로의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드니, 일을 좇아 사는 것보단 서로의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모여사는 것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든다. 그렇게 어느 동네골목길 안쪽에 자리잡고 서로의 이야기를 지켜주기 위해, 함께 일을 만들고 삶을 가꾸며 같이 슬프기도 행복하기도 하는 삶이 간절하다.

하느님은 커다란 건물이나 수많은 숫자의 사람들이나 한 시대를 주도하는 주류가 되는 것으로 증거되지 않는다.

우리들의 하느님은 상처투성이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절름발이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며,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일으켜주며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그 모든 일이 '예수 때문에' 그렇게 살아갈 때에 비로소 증언된다.

내게 교회란 그런 삶의 가능성을 찾는 곳이고, 나눔의집이란 그런 삶이 확장되는 곳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도 동네골목길 안쪽에 자리잡은 나눔의집을 꿈꾸는 이유다.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은, 그저 동네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있는 그런 동네골목길 안쪽의 나눔의집을. 머물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며 스쳐가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는 그런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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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10/06 01:09 2014/10/06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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