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 가누는 만큼만

나는 스포츠 경기 보는 걸 즐겨하지 않는다. 특히 대중에게 인기가 많아 누구든 한마디씩 툭 던지듯이 평할 수 있는 경기는 더욱 더 피하는 편이다.


아마도 그건, 모든 걸 다 아는 듯 '평하는 건 뛰어나지만, 막상 필드에선 단 십 분도 버티지 못할 호사가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온갖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도 꿈을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아온, 그러나 결국 좁디 좁은 현실의 벽에서 좌절해 버린 아마추어 선수 출신 벗들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


있는 힘을 다해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두 가지는, '무관심'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완벽을 요구하는 비평'이란다. 그들에게 이 둘은 큰 차이가 없단다. 아무 것도 바뀔 게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내가 알고 있단 걸 뽐내는 것도 봐줄만하고, 경기나 경쟁에서 늘 더 '좋은 수'가 있다는 것도 동의한다. 헌데 필드에 올라가면 십 분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다 아는 듯' 싸질러대는,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이러저러 했어야지~!' 또는 '나였다면..'이라는 식의 비평(?)은 정말 봐주기 힘들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 수준도 아니고, 선수와 함께 뛰는 감독이나 스태프 수준도 아니며, 그렇다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함께 울고 웃는 팬 수준도 아니고, 오직 개취를 기준으로 이렇다저렇다 평만 잔뜩 늘어놓는 호사가들.


문제는 이런 호사가들이 스포츠 경기에만 있는 게 아니란 거다. 사람들 모여 사는 곳에는 어디든 한둘 있다. 그토록 날카롭고 완벽한, 애정 별로 없는 그 비평을 남들이 자신에게 들이대면, 울컥 화를 내버리는 그런 호사가들.


제발 부탁인데.. 1절만 했으면 좋겠다. 자기 삶 가누는 만큼만. 애정에 근거한 비판할 거 아니라면, 그 오지랖도 민폐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기억했으면 좋겠다. 인생 그리고 일과 삶이라는 칼날 위에서 이를 악물고 살아가는 그 사람의 삶을 당신이 대신 살 게 아니라면 말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자캐오

2014/10/25 02:10 2014/10/25 02:10

Trackback URL : http://www.zacchaeus.kr/trackback/509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579 : 580 : 581 : 582 : 583 : 584 : 585 : 586 : 587 : ... 1001 : Next »

블로그 이미지

가난, 소외, 여성 & 그 언저리에 함께 하는 무지개빛 성령님...

- 자캐오

Calendar

«   2018/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60570
Today:
290
Yesterday:
436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