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이슈에 대한 논의

“관구장들은 동성애 혐오와 관련된 편견과 폭력에 반대하며, 개인의 성적 성향과 관계없이, 필요한 사목적 보살핌을 제공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러한 편견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적 권리로부터 발현된 것이 아니며, 모든 관구장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어떠한 범죄적인 처벌들에 대한 거부의사를 재확인한다.

관구장들은, 세계성공회를 포함한 그리스도교 교회 내에서 사람들의 성적 정체성에 따라 그들을 차별대우하는 일이 있었으며, 이에 따른 깊은 상처가 발생하였던 점을 인지한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 대하여 관구장들은 그들의 깊은 슬픔을 표명하며, 신의 사랑은 그들의 성적 정체성과 관련없이 모든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재천명하며, 교회는 이와 다른 어떠한 의미도 전달하지 않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 “Communiqué from the Primates’ Meeting, 2016” 가운데.


지난 2016년 1월 11일(월)부터 15일(금)까지, 1979년 이후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모이는 ‘관구장 회의’에 세계성공회의 38개 관구장들이 모여서 길고 긴 미팅 끝에 하나의 ‘성명서’(Communiqué)를 발표했다.

그 성명서 가운데 일반 언론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다음이었다.

“2. 미국성공회에서 최근 진행된 결혼에 대한 교회법 변경 결정은, 결혼에 대한 교리문제에 있어서 대다수의 우리 관구들이 가지고 있는 신앙과 가르침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이탈된 것임을 보여준다. 다른 관구들에서도 보여질 수 있는 이러한 변화들은,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4. 성서적 가르침에 입각한 교회의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교리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신앙을 통한 평생의 결합으로 인지한다. 여기 모인 대다수의 관구장들은 이 가르침을 재확인한다.

7.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기 위한 우리의 욕구는 만장일치로 의결되었다. 하지만 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향후 3년간 ‘미국성공회가 종파간 대화 및 타종교와의 대화에서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제한하며, 세계 성공회 내부의 상임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으며, 그리고 세계성공회 모임에 참석하는 동안, 교리나 정책에 관련된 어떠한 사안에 대하여도 이의 의결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성공회에 요청함으로써, 세계성공회 내부의 서로간의 다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이 성명서로 인해 어떤 이들은 성공회가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뒷걸음치기 시작했다고 떠들었다. 그러나 그 성명서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어떤 편견과 폭력이든 반대한다는 문구도 함께 들어 있다. 또한 그들을 ‘범죄시’하는 어떤 처벌에도 분명한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세계성공회를 포함한 그리스도교 교회 내에서 사람들의 성적 정체성에 따라 그들을 차별대우하는 일이 있었으며, 이에 따른 깊은 상처가 발생하였던 점을 인지한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 대하여 관구장들은 그들의 깊은 슬픔을 표명하며, 신의 사랑은 그들의 성적 정체성과 관련없이 모든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재천명하며, 교회는 이와 다른 어떠한 의미도 전달하지 않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2월 2일(화)부터 4일(목)까지 ‘대한성공회 전국 성직자 신학연수’가 진행됐다. 모든 성공회 성직자들은 1년에 한 번씩 모여 특정한 신학적 주제를 가지고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세계성공회의 움직임에 대해서 공유한다. (물론 밀도와 성과에 대해서는 다들 고민이 깊다.)

아무튼 3일(수) 저녁에는 지난 1월에 진행된 ‘관구장 회의’에 대한 보고와 공유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공개적인 성소수자 신자들이 함께 하는 ‘길찾는교회’의 담당 사제로 15분간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이후 1시간 넘게 문답, 첨언 그리고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성공회대 이주엽, 양권석 신부님, 주교좌교회 주낙현 신부님, 교무원 유시경 신부님 등이 설명했듯이, 이번 이슈는 밖에서 보는 것과 조금 다른 맥락이 있다. 그건 ‘성공회 (권위) 구조의 작동 방식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다.

사실 다른 그리스도교 교파들과 달리 성공회 성직자 사회에는 일정 정도 공감되는 선이 있다.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분명한 반대’다. 그리고 성소수자들도 동등한 사목적 보살핌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만,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안팎의 그리스도인들’과의 연대와 일치를 깨지 않으면서 어떻게 서로를 설득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은 편이다.

그 때문이기도 하고,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분명한 반대’를 반복적으로 밝혀주신 선배 신부님들의 부연 설명 때문이기도 하고, 이번 발표는 사소한 실수에도 움찔거릴 만큼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우호적인 분위기’ 가운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에 만난 여러 동료 선후배 신부님들의 격려와 응원은 지친 몸과 마음을 충분히 위로해줬다.

그렇게 새벽 2시가 넘어 다음날 일찍 일정이 있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눔의집 차 안에 앉아 시동을 걸었는데, 참고 참았던 눈물이 울컥 올라왔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발표를 앞두고 힘들어하는 나로 인해 맘 졸이고 있었을 길찾는교회 식구들 생각에 미안해서 울고, 동료와 선후배 사목자들 때문에 울고, 지친 몸과 마음에 자꾸 흔들리는 나 때문에 울었다.

돌아오는 차 안,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관구장 회의’에서 발표한 성명서 가운데 내 마음에 깊이 자리잡은 문장 하나가 자꾸 떠올랐다.

“그들(성소수자들)의 깊은 슬픔을 표명하며, 신의 사랑은 그들의 성적 정체성과 관련없이 모든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재천명하며, 교회는 이와 다른 어떠한 의미도 전달하지 않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주여, 속히 와 우리를 도우소서. 혐오와 편견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사랑에 정직하게 마주하지 못하는 우리를 용서하시고 속히 돌이키게 하소서.


* 덧 1. ‘관구장 회의’에 대한 주낙현 신부님의 짧은 블로그 글을 덧붙인다. 이번 관구장 회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진 마시길 바랄 뿐이다. 물론 그 무게가 남다르겠지만, 그저 우리 공동체의 ‘걸음 중 하나’일 뿐이다. http://viamedia.or.kr/2009/02/02/449

* 덧 2. 성공회는 교구간 동등한 상통을 이루는 ‘상호책임성과 상호의존성’(the mutual accountability and interdependence)을 중요한 원칙으로 지켜왔다. 그래서 캔터베리 대주교는 로마 가톨릭의 교황과 달리 ‘동등한 가운데 으뜸’(primus inter pares)인 상징적인 존재다. 그리고 주 신부님의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캔터베리 대주교(직)을 포함한 ‘세계성공회’(Anglican Communion)에 속한 교구들의 일치를 유지하는 네 가지 ‘일치의 도구’(instrument of Communion) 가운데 가장 역사가 짧은 도구가 바로 ‘관구장 회의’(Primates Meeting)다.

* 덧 3. 서두에 인용한 내용은 이번 ‘관구장 회의’에서 배포한 성명서 한국어판을 인용한 것이다. 영문으로 보면 그 내용이 좀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The Primates condemned homophobic prejudice and violence and resolved to work together to offer pastoral care and loving service irrespective of sexual orientation. This conviction arises out of our discipleship of Jesus Christ. The Primates reaffirmed their rejection of criminal sanctions against same-sex attracted people.

The Primates recognise that the Christian church and within it the Anglican Communion have often acted in a way towards people on the basis of their sexual orientation that has caused deep hurt. Where this has happened they express their profound sorrow and affirm again that God's love for every human being is the same, regardless of their sexuality, and that the church should never by its actions give any other impression.”

* 덧 4. 급한 준비 과정에서 갑작스레 요청했는데, 흔쾌히 도움을 주신 지인님, 임보라 목사님, 이동환 목사님, 강남순 선생님, 김근수 선생님, 홍성수 선생님, 한가람 변호사님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장서연 변호사님께도 ^^

* 덧 5. 아래에 이번 ‘관구장 회의’에서 배포한 성명서 자료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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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6/02/05 02:25 2016/02/05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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