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사람은

언젠가 끄적거려 두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는 밤이다.

SNS처럼 내가 보여주고픈 모습만으로 맺어진 가상적인 친구가 내 상상보다 많아지고, 나를 깊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면만 보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외로움은 더 깊어진다는 이야기.

일이 점점 많아지더니 이제는 보고픈 사람들 만나는 것마저도 조금은 일처럼 느껴진다. 아니면 일이 겹쳐 있을 때에나 겨우 보게 된다. 이러니 외로워지는 게 당연하다.

대의명분 너머에 가려진 사람들을 붙드셨던, 그들과 함께 사셨던 예수의 삶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영혼마저 뒤집힐 만큼 감동 받아, 이전과는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길을 떠났었는데.. 어느새 다시 일 속에 매몰되어 사람을 잊고 있다.

나란 사람은, 사람들의 기대만큼 모두를 섬세히 다독이고 따스하게 안을 수는 없을 거다. 애초에 나 스스로 나에게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기에는 나조차 기우뚱 서있는 모양새다.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지금도 불안정하기만 하다. 내 삶의 내용을 잘 모르는 이들은 쉽게 눈치채지 못할 만큼, 살아 남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다.

가끔 SNS에 그럴 듯해 보이는(?) 글 좀 쓴다고 그 삶마저 그럴 거라고 맘대로 상상하는 분이 있다면, 그저 피식 웃어줄 뿐이다. 오늘 하루만해도 숱한 공적, 사적 대화와 오가는 감정 속에서 스스로를 다스리기에도 벅찬 존재가 나다.

이러니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나처럼 보잘것없고 못나고 모자란 사람, 이 모순덩어리 닝겐에게 끝없는 은총을 부어주시고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는 '우리들의 하느님' 때문에 또 하루를 산다. 누군가의 기대나 기준 또는 눈높이와 상관 없이 말이다.

- 2014년 6월 25일(수) 새벽 1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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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6/25 17:57 2014/06/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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