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문득 '인연'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가끔은 묶인 걸 툭툭 풀고 넘어가야 할 때가 필요하구나...' 란 생각을 한다. 글에서 종종 밝히듯이, 나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사는데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살다보니,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못해서 곪아터진 아쉬운 관계가 종종 있다. 잃게 될까봐 적당한 선에서 "아.. 그렇지.. 그래..."라며 지내다가,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관계로 흘려 버린 관계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에 있는 문제를 매순간 명확하게 다 짚고 넘어가는 것도 웃기다. 그런 식이면 내가 누군가에게 주었던 숱한 상처와 실망 그리고 오해들은 어찌 다 감당하겠는가.

그럼에도 묶인 걸 툭툭 털어내듯이 풀고 넘어가야 할 때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시기는 내가 정하지도 그가 정하지도 못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오히려 어느 봄날이 오듯이, 그렇게 스쳐가는 것 같다. 그 순간을 알아채고 묶인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는 당사자들의 문제이겠지만.

그래서 우리에겐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를 악물고 내게 있는 못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려는 용기, 창피하지만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용기, 그리고 잘 알지 못하면서 뭔가 아는 척하면서 버텨보려고 했던 모자람을 인정하는 용기.

용기를 내야 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결단, 그리고 그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한 번 더 고백하고 사과하며 다가가는 결단,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잃을 수 있을지라도 상대방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결단.

그런 용기와 결단이 가능할 때에 길벗들이 더 많은 곁을 내어주는 것 같다. 아니, 최소한 나라면 그런 길벗에게 더 많은 곁을 내어줄 것 같다.

이 밤, 매순간 선물로 주어진 소중한 인연들을 위한 용기와 결단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 모두 잊지 않기를 기도한다. 많은 경우에 내 노력과 상관없이 선물로 주어진 인연이기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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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3/22 03:14 2014/03/2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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