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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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사제라는 삶으로 살기 시작한 무렵부터 그랬던 것 같다.


예전보다 더욱 더 눈에 띄지 않는 구석과 한켠을 주시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곳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작게나마 느껴지는 움직임에 민감해졌다. 무엇보다 '서로'라는 개념과 '존중'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책망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그런 나를 피곤하게 산다고 염려하고,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과 다르다고 격려하거나 좋아해줬다. 그럴 때마다 당황스러운 건, 그런 습관이 생긴 게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잘하지 못해서 잘하려고 애를 쓰는데, 염려하거나 칭찬하니 얼마나 난처했겠는가.


앞으로도 오랜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 이 땅의 작은 교회, 그 중에서도 작은 사제로 살아가야 한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개신교 목사도 천주교 사제도 아닌, 성공회 사제라는 독특한 소수자로 살아가야 하기에 구석과 한켠에 머물러 있는 존재들의 소리와 몸부림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건 남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부터 다른 이들과 '서로' 어울려 살고 싶고, 그냥 나로 '존중'받고 살고 싶다. 그래서 '서로'라는 개념과 '존중'이라는 단어가 당연해지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거다.


그러니 염려도 칭찬도 하지 않으셔도 괜찮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럴 만한 소망이 있다. 정말로 내가 염려되거나 격려하며 칭찬해주고 싶다면, 그냥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주면 고맙겠다.


그저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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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5/07 00:52 2014/05/0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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