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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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안 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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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다녀 왔습니다.

4박 5일.

약 백 이십 여명의 성공회 서울교구 성직자단.

월 ~ 수요일까진 피정. 목, 금은 2014년도 교구 방향을 논의하는 워크숍.


참 많은 장면과 사건을 보고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5일 내내 제 맥북 바탕에 깔아 놓은 안 도현님의 시가 맴돌았습니다.

참 많은 장면과 사건을 보고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5일 내내 제 맥북 바탕에 깔아 놓은 안 도현님의 시가 맴돌았습니다.

가슴이 서늘해지고 맘이 쩍쩍 갈라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다른 이를 '함부로 발로 찰 권리'를 주지 않았음을 알게 하라고,

이 땅에 교회와 성직자를 존재하게 하시는 것인데..


맘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공회 사제로 산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묻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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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후에는 김근수 선생님이 '가난한 교회'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길이 어렵다고 해서 가지 않을 겁니까? 예수님이 그렇게 하셨습니까?"


가난한 이를 돕고 연대하겠다는 명분으로, 더 커지고 세지는 교회이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가난함으로 가난한 이와 함께 하는 교회가 되는 길을 가야 하겠습니다.

그 길을 위해 누구에게라도 '뜨거운 사람'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천주교회나 큰 규모의 개신교회들이 가진 큰 세력과 목소리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큰 세력과 목소리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사용된다는 것은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그 큰 세력과 목소리를 갖기 위해 길고도 깊게 드리워진 그늘과 그림자를 알지 않습니까.


새로운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그 그늘과 그림자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위한 힘겨운 걸음을 옮기고 계시는 걸 응원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지금 내가 속한 작고 약한 교회들이 좀 더 건강한 길에서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애쓸 겁니다.

다른 이들을 향해 정의와 평화를 요구하는 것만큼, 우리 스스로도 정의와 평화라는 기준에 부끄럽지 않도록 기도하며 싸우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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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스태프로 일하다 보니 제주 풍경에 위로를 받을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떠나는 날, 모두 떠난 뒤에 잠시 남은 비행기 시간에 만난 바다 풍경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풍경에서 떠오른 말씀 하나가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강하다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사람들을 택하셨습니다.

또 유력한 자를 무력하게 하시려고

세상에서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멸시받는 사람들,

곧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을 택하셨습니다." (1고린 1:27b-28, 공동번역개정판)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지금 나보다 약하다고, 지금 무력하다고,

지금 보잘 것 없고 멸시받을 만하다고 함부로 발로 차지 마십시오.


나와 당신은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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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3/11/30 22:13 2013/11/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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