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이런저런 일로 사람과 관계가 생기면 따라오는 고민 중 하나. 비중 있는 고민은 아닌데, 높은 산을 오를 때 등산화 밑바닥에 있는 작은 돌 알갱이처럼 괴롭히는 고민이 하나 있다.

사과.

일에서 어긋나든 관계에서 오해가 생기든 사과받아야 할 일이 생길 때가 참 쉽지 않다.

전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사과할 일이 많은데 내가 뭐라고 일일히 사과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그냥 혼자 삭이거나 지나가곤 했다. 그것도 애정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비슷한 경험이 쌓여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 사람은 나한테 했던 잘못이나 오해받을 만한 언행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형태로 반복했다. 결국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게 아니라, 그가 사람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는데 일조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는 일하다가 어긋나든 관계 가운데 오해가 생기든, 내가 사과받아야 할 부분이 생기면 가능한 분명하게 전달하는 편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 하나. 그가 나한테 했던 잘못이나 오해가 없다고, 아니 그건 분명 자신이 아닌 내 잘못이나 오해일 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때이다.

여러 사람이 같은 조언을 하거나 지적을 해도 흔들림없이 본인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그러니 잘못한 게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한 그가 사과할 일은, 아니 그가 사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에게 사과받는 일은 미뤄둔다. 그리고 가능한 그 사람과 다시 일하지 않도록 하는 편이다. 누구든 잘못할 수 있다. 누구와도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사과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감각이나 통찰이 없거나, 항상 문제는 자기 바깥에 있다고 '단정'하는 사람은 정말 변하기 어려운 것 같다.

계속 그렇게 주위의 비슷한 조언을 무시하고 함께 하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 진정 그를 생각해주는 길은 묵인이나 회피가 아니다. 그가 계속 그렇게 산다면, 그를 아끼는 사람부터 잃게 될 것이란 걸 알려주는 것이다.

아, 이 모든 건, 나부터 '제때에 제대로 적절하게' 사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자 할 때에 유효하단 것. 이 부분은 결코 지나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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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8/20 02:52 2015/08/20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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