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십자가의 길은 '교회 안'이 아니라 거리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우리만의 전례가 아니라 고난이 있는 곳에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잊혀지고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명기도원 (Revolution Prayer Center), 북아현 대책위,
그리고 길벗교회, 길찾는교회, Moses Chung 목사.

모든 것을 다 감당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위해 다 기도할 수 없어도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예복을 입고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을 걸으며
북아현 대책위에서 나눠준 전단지를 나눠주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무덤덤한 얼굴로 "저, 교회 다녀요."라는 사람들..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회를 '다닌다는' 사람들이
교회 바깥에서 다른 교회를 어떻게 대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전하는 복음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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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저는 WCC 부산 총회가 너무 못마땅한 사람입니다.

이번 거리의 '십자가의 길'에서도 느꼈지만
사람들은 진보적 그리스도교파나 보수적 그리스도교파나 모두 비슷한 교회로 봅니다.

그런데 우리끼린 조금 다르다고 서로 잘났다고 의로움을 내세우며 으르렁거립니다.
누가 더 큰 행사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았는지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WCC나 WCC 부산 총회가 추구하는 바에 반대하기에 못마땅한 것이 아닙니다.

그 WCC나 WCC 부산 총회가 추구하는 바를
어떻게 이 땅에 사는 신자들의 삶으로 엮어 낼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행사장에서
더 큰 행사와 말의 잔치를 남길 지에 대해서만 몰두하고 있기에 못마땅한 것입니다.

그 WCC 부산 총회에 청년과 젊은 신자,
무엇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자리는 아예 없기에 너무 못마땅한 것입니다.

저는 WCC 부산총회를 위해 들어온다는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를
거리 곳곳에 있는 외로운 이들이 싸우는 현장으로 안내에
함께 성찬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 성공회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묵묵히 함께 성찬 예배를 드리고 위로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한국 성공회가 주님을 섬기는 올바른 길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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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저는 '아름다운 하느님'이란 말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공간이 주는 심미적 영성이 성공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공간이
'연약한 하느님'을 대표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소외된 이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엔 단호히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공간일수록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소외된 이들이 더 맘껏 누릴 수 있도록,

그래서 '아름다운 하느님'이 '연약한 하느님'과 만나
더 풍성한 '크신 하느님'으로 다가올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04.

북아현과 함께 하는 십자가의 길에서 WCC 부산 총회에 대한 생각까지
제 마음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바로 '삶으로 보여주는 그리스도교회'입니다.

풍성한 말의 향연은 더 이상 복음을 전할 수 없습니다.
꽤 그럴듯한 신학적 입장과 태도도 삶으로 드러나야 복음이 됩니다.

삶으로 보여주되 지금 이곳에서 우리들로부터 시작되는 교회.

그 '우리들'을 신앙고백이나 이념으로 배제하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관용적 포용의 태도로 확장시켜 나가는 교회가 될 때에 우리에겐 다시 희망이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진보냐 보수냐로 우리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누가 더 의로운 사람들이냐로 우리를 나누지 않습니다.

삶으로 보여주고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더 포용하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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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3/04/02 00:28 2013/04/0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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