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한다.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범국민대회가 시작됐다. 하지만 광화문 현판 아래 노숙 농성 중이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분들, 그리고 함께 하는 시민과 학생 분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졌다. 대회는 중단되었고, 사람들은 광화문으로 뛰어 갔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된, 불법 폭력 경찰들과의 싸움은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무리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이미 위헌으로 결정난 경찰차 차단벽을 치고, 평화 행진을 보장하라는 시민과 학생, 종교인들을 향해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려대던 경찰들. 대체 불법과 폭력은 누가 저지르는 것일까.

그 길고 긴 싸움은 경찰차 차단벽 사이에 갇혀 싸우던 분들과 광화문 현판 앞에 있던 분들이, 함께 광화문 광장 북단으로 돌아오면서 끝났다. 그리고 이틀 동안 얇은 모포 한두 장에 의지해서 노숙 농성을 계속하던 분들이, 깊이 고개 숙여 시민과 노동자,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감사..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고개 숙인 감사..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하며 되뇌인다.

오늘 이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지금이든 먼 훗날이든 난 그때 그랬노라고 떠들지 않게 되길.. 오늘 이 자리에 없었다는 이유로 자신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미안해하지 않기를..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짊어지고 싸우고 있음을 잊지 말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하는 게, 거짓된 의로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길벗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하느님 나라를 맛보는 길임을 잊지 말자.

우리는 많은 경우에 '따로 또 같이' 싸우며 사는 것. 서로의 영혼에 새겨진 '자비(compassion)와 연대 그리고 용기'를 함께 겪으며 조금씩 나아가는 게 '변화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자.

2015년 4월 16~18일. 2박 3일간의 이야기는 끝나가지만, 이 싸움 끝에 연행된 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챙겨야 할 몫이 남아 있다. 이 밤.. '참세상, 참사람'이라는 '하느님의 꿈'에 응답하다가, 억울하게 갇힌 모든 이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

이제 날이 밝으면 경찰서로 면회를 가야 하는데.. 아.. 밀린 일들이 다시 밀려온다.

ㅎㅎㅎㅎ 역시.. 주님은 날 너무나도 사랑하신다. 사랑하는 자에게 일을 주시나니.. 이건 성서 몇 장 몇 절이더라.. ㅋㅋㅋㅋ

이 밤..

그 광장과 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우리보다 넓고 깊으신 하느님의 은총과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

함께 하지 못하여 맘 졸이고 미안한 마음에 힘들었을 모든 이들에게, 우리와 함께 고통받으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품으심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억울하게 차가운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야 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이 주시는 용기와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한다.

두 손 모아.. 간절히.. 아멘.. 주여, 속히 와 우리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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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4/19 03:25 2015/04/1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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