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31일, 연중 4주일 Presentation of Jesus in the Temple"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 복음 말씀에는 성공회 저녁기도(Evensong) 가운데,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인 ‘시므온 송가’(Nunc dimittis)가 나옵니다. 한 번 살펴 봅시다.

◉ 참 빛이 있으니 세상에 내리시어 ◯ 모든 사람에게 비추시는도다.
1.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대로 ◯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2.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3.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님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4.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 참 빛이 있으니 세상에 내리시어 ◯ 모든 사람에게 비추시는도다.

우리는 저녁기도를 드릴 때마다 이렇게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 빛이 세상에 내리시어 모든 사람에게 비추신다. 우리는 주님의 구원을 보았다. 그 구원은 만인에게 베풀어 주신 것이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님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된다. 그 구원은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된다.’

우리가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은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약속된 것입니다. 그것은 각자의 자리에 따라 다르게 만나게 되는 선물입니다. 아직 주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과 삶을 알려주는 빛’으로, 이미 주님을 알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영광의 약속’으로 베풀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이 주시는 구원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만, 다르게 적용되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그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자 디딤돌이 됩니다. 가난과 배제로 힘겨운 사람에게는 그것들과 싸울 수 있는 용기와 힘이 됩니다. 도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됩니다.

우리가 깊이 감추고 있는 사회와 우리 각자의 어둠을 밝히 드러내는 것이 주님의 구원입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메시야를 기다렸던 시므온은 아기 예수를 축복한 뒤에 어머니 마리아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아기는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넘어뜨리기도 하고 일으키기도 할 분이십니다. 이 아기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반대자들의 숨은 생각을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 (루가 2:34~35)

우리가 약속받은 구원의 길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것은 거저 주어진 선물이지만,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어두운 것들을 드러내는 빛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강한 자이면 강한 대로, 약한 자이면 약한 대로 우리 안에 깊이 숨겨진 것들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가 겪었던 그 반대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의 표적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이 겪는 어려움에 예리한 칼에 찔리는 듯한 아픔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입니다. 이 진실의 길에서 우리는 그 오래 전에 만났던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그는 자리를 잡고 앉아, 풀무질하여 은에서 쇠똥을 걸러내듯, 레위 후손을 깨끗하게 만들리라. 그리하면 레위 후손은 순금이나 순은처럼 순수하게 되어 올바른 마음으로 제물을 바치게 되리라. 그 때에 유다와 예루살렘이 바치는 제물이 옛날 그 한 처음처럼 나에게 기쁨이 되리라. 나는 너희의 재판관으로 나타나 점쟁이와 간음하는 자와 거짓 맹세하는 자, 하늘 두려운 생각없어 날품팔이, 과부, 고아, 뜨내기의 인권을 짓밟는 자들의 죄를 당장에 밝히리라. 만군의 야훼가 말한다.” (말라 3:3~5)

이때 우리가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정결’, 다른 표현으로 ‘거룩’이란 것은 단순하게 ‘깨끗해지거나 분리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넘어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올바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것은 마치 재판관 앞에서 감춰진 것들이 밝히 드러나 바로잡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처지에 따라, 강한 자는 강한 대로 약한 자는 약한 대로 수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께서 먼저 길을 여신 것입니다. 한계를 가진 모든 사람들처럼 먼저 하느님께 봉헌되어 거룩하게 되는 길을 여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르는 모든 이들이 당신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자격을 주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은 모든 점에서 당신의 형제들과 같아지셔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자비롭고 진실한 대사제로서 하느님을 섬길 수가 있었고 따라서 백성들의 죄를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친히 유혹을 받으시고 고난을 당하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모든 사람을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다.” (히브 2:17~18)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가 같은 근원에서 나온 존재라고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사람을 거룩하게 해주시는 분과 거룩하게 된 사람들은 모두 같은 근원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거리낌없이 그들을 형제라고 부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히브 2:11~12 앞부분)

우리들의 하느님,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모든 것을 위해서 성전에 봉헌되었습니다. 당신이 먼저 봉헌되시어, 우리가 그 뒤를 잇도록 하셨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그러니깐 교회가 가르치고 증언해온 '봉헌‘이란 이런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약속된 구원을 선포하고 증언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감춰진 것들을 드러내는 진실의 길을 걸으라는 것입니다. 강한 자는 강한 대로, 약한 자는 약한 대로 감추고 있는 것들을 드러내라는 것입니다. 그것들로부터 벗어나 구원의 길로 들어올 수 있도록 초대하라는 것입니다.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들의 디딤돌이 되어 주신 것처럼, 이제 우리가 ‘서로의 디딤돌’이 되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주 참여하는 감사성찬례. 그 가운데 ‘성찬의 전례’가 시작되는 지점에 봉헌이 위치한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이 봉헌은 단순히 교회 운영을 위해 돈을 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거룩한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기 전에 각자가 깨끗한지 돌아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또는 다른 것들과 분리된 삶, 소위 말하는 기독교 세계관을 기준으로 잘 살았는지 살펴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봉헌은 우리에게 묻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약속된 구원의 길, 그 진실의 길을 걸었느냐고 묻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먼저 봉헌되시어, 우리를 당신과 같은 근원에 있게 하시고, 우리를 형제라 불러주시는 그 ‘사랑의 삶’을 마주하라는 것입니다.

그 삶에 참여하겠다는 고백으로 성찬에 참여하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각자의 처지에 따라 숨기고 있는 것들이 밝히 드러날 것을 알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디딤돌 위에 서라는 것입니다. 서로의 디딤돌이 되는 도전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오늘 이런 성서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잠시 묵상합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2016년 1월 31일, 연중 4주일, 주의봉헌축일

* 1독서: 말라 3:1-5 / 2독서: 히브 2:11-18 / 복음: 루가 2: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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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6/02/01 00:51 2016/02/0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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