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난감한 시기가 일찍 와 버렸다.

박수를 칠 수도.. 그렇다고 비판할 수도 없는..


# 01. 권력 투쟁

어제, 옆동네 '파파'께서 바티칸과 천주교회의 아킬레스건인 '바티칸 은행' 개혁을 위한 자신의 카드에, '동성애'를 무기로 반격해 온 보수파에 대해 경고(?)를 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천주교 개혁파와 중도파들의 오랜 숙원인 '바티칸 은행 개혁'을 위해, 자신의 측근인 바티스타 마리오 살바토레 리카 몬시뇰을 '은행 경영 감시역'으로 임명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몬시뇰의 '동성애 전력 의심(?) 사건'이 바깥으로 흘러 나왔다. 이는 천주교 보수파들이 최근 들어 자주 사용하는 '무기'였다.

그리고 '파파'께서는 오랜 고심 끝에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동성애자냐 아니냐는 '현재'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그의 '선의'를 존중할 뿐이다."

현재 천주교회가 처한 상황에서 보자면, 참으로 절묘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쪽을 편들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의향'을 드러내며, 결코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포기하지 않는 화법.

헌데 재밌는 건, 이를 전하는 언론의 모습과 여론의 반응이다.


# 02. 보고 싶은 것을 본다.

경향신문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바티칸 내에 동성애자로 등록된 성직자를 본적이 없지만,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 교리는 이같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며,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 ··· 3D970100


중앙일보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를 전하는데 다음과 같다.

프란치스코는 “어떤 사람이 게이인데 신을 찾으며 선의를 갖고 있을 때 내가 과연 무슨 자격으로 그를 판단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역대 교황의 생각 중에 가장 전향적이고 동정적인 언급이다. 전임자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동성애 성향을 가진 남성은 신부가 될 수 없다는 문서에 서명한 바 있다.
http://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2203553&ctg=1300&tm=n_int


# 03. 하지만..

언론이 그렇게 전하는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소위 '개혁 교황'이라고 칭해지는 '파파'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이 발언을 '동성애'에 대한 교황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징조'로 읽고 싶어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그분은 처음에 밝힌 자신의 입장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직까지는' 개혁파와 중도파가 타협점으로 찾은(?) '교황의 (절묘한) 입장과 이미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의 경향신문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하지만 교황은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입양, 낙태 등에 대해선 '교회의 입장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성들의 교회 내 역할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사제 서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위의 중앙일보 기사는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교황의 입장이 기존 가톨릭 교리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프란치스코는 '동성애 행위는 죄라는 교회의 가르침은 맞다'고 못을 박았다.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성적 성향은 죄가 아니지만 동성애적인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라고 전한다.

결국 '파파 프란치스코'께서는 천주교회와 사회가 지금보다 좀 더 '선의'를 가져야 하지만, '천주교회의 오랜 결정'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 그분께는,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성 소수자'(LGBT)가 교회 안에서 '차별'받는 것이 '교리적'으로 당연하거나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자연스러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야 하는 '성 소수자'들이 결혼(또는 시민적 결합)을 하거나 입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의 여지 없이'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을 반복할 뿐이다.

또한 여성들이 교회 내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여성 성직 서품의 문제는 "교회는 이미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미 최종 답변을" 했으며 “그 문은 닫혀 있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 04. 하나 더.

... 브라질 정부가 교황 방문과 세계청년대회 개최에 들이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67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80%는 브라질 정부가 지출하는 교황 경호비용이다. 브라질 국방부는 군 병력 1만 명을 배치했고, 경찰 1만 2천 명과 특수경찰부대 1천7백 명이 동원됐다. <가디언>은 리우데자네이루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리우데자네이루 역사상 가장 큰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시와 주정부는 세계청년대회 참가자와 순례자들에게 제공하는 교통과 식사 등의 비용으로 120억 원을 지출한다. 6월 말에는 교황청이 브라질 정부에 430억 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브라질 언론 <오 글로부>에 따르면, 교황청은 세계청년대회에 2백만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행사 전체 예산의 70%를 참가비로 충당하려했다. 그러나 참가자 수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치자 교황청은 부족한 금액의 절반가량을 브라질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오 글로부>가 보도한 세계청년대회 사전 등록자 수는 7월 초 32만 명에 불과했다. 브라질 언론들은 정부가 교황청의 추가 비용 요청을 거절한 배경에는 공적자금 지출에 부정적인 여론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보도했다.

반면, 교황청은 비용 문제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가톨릭 언론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가 “(비용 문제는) 교황의 해외 방문 시 항상 제기되어 왔던 문제”라고 언급하며, “브라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황의 방문을 기꺼이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42


05. 선의보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위의 기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어제 인터뷰를 한 배경인 '파파'의 브라질 방문에 대해 다룬 기사다.

세계에서 단일 그리스도교 교파로 최대인 천주교회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분명 앞에 있었던 '보수적인 교황'들에 비해 '파파 프란치스코'의 언행은 '다르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봐줘도 그건 앞선 이들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선의'를 가진 정도다.

그의 등장과 이후 언행이 여러 위기를 겪고 있던 천주교회에는 '분명' 좋은 것이긴 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토록 보고팠던 '언행의 간극'이 크지 않은 '보수적 종교 지도자'이기에, 대중이 그토록 열광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 소수자, 여성, 빈곤과 물적 토대'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선의'만으로도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물론 그 선의'마저도' 없는 것보다야 당연히 낫다.

그렇지만 나는 '파파 프란치스코'를 볼 때마다, 그가 이번에 방문했던 브라질의 대주교이자 '가난한 이들의 진정한 벗'이었던 돔 엘데르 카마라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가난한 자들에게 빵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자라고 부르지만, 왜 그들이 가난한 지를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 부른다" (When I give food to the poor, they call me a saint. When I ask why they are poor, they call me a communist.)


06. 

나는 '파파 프란치스코'가 좋다. 그만한 지도자를 얻은 '천주교회'가 내심 부럽다. 그들이 가진 '온화한 보수'라는 종교 입장에 가장 어울리는 지도자기이기에, 앞으로 그가 미칠 파급력을 조심스럽게 지켜본다.

하지만 나는 '선의'를 강조하는 '파파'의 언행이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이미 50년대부터 '선의'와 더불어 '구조의 변화'를 촉구한 카마라 대주교의 길이 필요한 시기에 선의만을 말하는 '파파'가, 이제는 사회가 아닌 '교회의 변화'부터 시도하길 기대한다.

지금은 선의보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교회는 너무 늦었다.

참으로 난감한 시기가 생각보다 일찍 와 버렸다.

박수를 칠 수도.. 그렇다고 비판할 수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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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3/07/30 03:43 2013/07/30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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