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설립목적

길찾는교회​가 3주 전부터 옮긴 성공회 대학로교회. 모든 교회 식구들이 오가는 4층 본당 안내대 위에 이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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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다관(대학로교회)의 설립목적"

이 회관(베다관)은 성공회 신자 다른 교파 신자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똑같이 이용하면서 미래 한국의 지도자가 될 젊은 사람들에게 신앙과 사회와 세계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기 위하여 설립합니다

(1959년 4월 피셔 FISMER 캔터베리 대주교의 방한에 즈음하여 제작한 소책자 '대주교를 환영함'에 기록되어 있는 글 중에서 옮긴 것을 2014년 도동섭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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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가 말하는 '공교회성과 종교의 공공성(사회적 영성)'을 간단명료하게 잘 설명한 글. 그것도 1959년도에 제작된 회관(교회) 소개 소책자에 실린 글입니다.

( "넓혀주기 위해서"라는 시혜적 표현이 걸리나,  59년도이니 그 정도는 이해해 주는 걸로 ^.^;;; )

지금은 평균 연령대가 꽤 높아진 대학로교회가, 50년대 말에 지역 청년들을 위한 회관이자 청년선교센터로 시작되었다는 말은, 제게 많은 생각과 기도거리들을 던져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대학로교회의 시작에 대한 이 문구가 가슴에 남아, 길찾는교회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에 대학로교회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대학로교회에서 어제는 박총​ 원장님이 동행하시는 도심형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저항'​의 '화요 전례'가 진행되었습니다. 다른 방에서는 저도 참여하는, 사회학을 비롯한 정치철학, 사상사 등을 함께 공부해온 '마을연구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다른 교파 신자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똑같이 이용"하는 일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성공회 신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보다 넓고 깊은 하느님과 동행하는 '참세상, 참사람'을 위한 교회.

그 넓고 깊은 길을 걷다 보면, 그리스도교의 길에 동참하게 되는 사람도, 성공회의 길에 머무는 사람도 만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결과 맥락 그리고 이끌리는 빛과 이야기를 따르다보면, '따로 또 같이' 살며 함께 수행하는 공동체가 필요할 수도 있게 될 테니깐요 ^.^

'전도와 선교'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크고 넓으신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 그 성육신하신 하느님을 증언하며 따르고 수행하는 삶의 독특한 양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삶의 독특한 양식'을 통해 "신앙과 사회와 세계의 관련성"을 이해하고 참여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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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요즘, 한국 그리스도교에서 많이 인용되거나 언급되는 신학자나 사목자들 가운데 성공회 신학자나 사목자들이 많습니다. 진보나 보수, 양쪽 모두 그런 편입니다. 그래서 성공회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성공회라는 동네가, 한국사회와 더불어 망가져가고 희망을 잃어가는 한국교회의 희망이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잠깐의 피난처 정도, 또는 잠시 머물러가는 곳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래저래 길찾는교회가 종종 언급된답니다. 새로운 길을 떠나려는 분들이 들려보고 싶은 교회 가운데 하나라는 말도 들립니다. 그렇다면 길찾는교회는 대안교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부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대부분의 식구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거나 '아직은' 떠나고 싶지 않은 이들이 머물러 있는 곳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교회라면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최소한의 일' 외에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베다관(대학로교회)의 설립목적"이라는 글이 더 가슴에 머뭅니다. 50년대 말을 살던 성공회 신자들과 영국성공회 출신 선교사들이 고민했던 것을 되새겨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가운데, 성공회가 좀 더 성공회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길찾는교회가 독특한 교회가 아니라 흔한 교회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저와 길벗들이 그 다음 순례를 떠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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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2/12 01:55 2015/02/1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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