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멈춤

잠깐 멈춤.

사람들이 넘쳐나는 전철역이나 북적거리는 큰 건물에서 종종 마주치는 장면 하나.

사람들이 바로 옆을 지나다니는 데도, 안전장치라고는 노란색 선 하나 둘러놓고 공사를 한다. 용접을 하면 불똥이 튀고, 뭔가 뜯어내면 먼지가 흩날린다. 사람들이 바로 옆을 지나다녀도 상관없다.

2015년 대한민국을 '안전 불감 공화국'이라고 말한다. 그 이면에는 '속도전, 물량주의, 성찰 무시'같은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어도 변함이 없다. 나만 아니면, 내 주위 사람만 아니면 된단다.

종교는 어찌해야 할까. 만능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겠지만, 그나마 이를 제어하거나 변화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잠깐 멈춤'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진보든 보수든, 강자든 약자든, 이론가이든 현장 운동가이든, 우리 모두 '잠깐 멈춤'은 게으르거나 능력없는 존재의 변명으로 여겨진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우린 대체 얼마나 더 황망하게 잃어야 깨닫게 될까.

잠깐 멈춤. 종교는 '기도, 절기, 전례, 종교적 인간으로 존재함' 등을 통해, 우리의 삶과 이 세상에 '잠깐 멈춤'을 소개하고 익숙해지도록 선물한다. 아니, 선물해 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기도, 전례 그리고 종교적 인간으로 산다는 건, 뭔가 가득 채우는 게 아니다. 잠깐이라도 비우거나 멈추는 수행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신비를 산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잠깐 멈춤'을 적극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들이 더 바쁘다. 항상 뭔가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다.

'하느님 아닌 것들'이 다스리는 이 시대에 최선의 저항은, '잠깐 멈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그럴 수 없도록 내몰리는 시대.

잠깐 멈춤.

기도로. 예배 가운데. 절기를 지키며. 뭔가로 가득한 나의 하루에. 의식하지도 못하고 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속에서.


* 덧붙임. 어떤 이들이 비성서적 운운하며 '사순절기'에 대해 얘기했던 게 생각난다. 문자주의에 갇힌 성서 해석과 성찰없는 태도의 만남이 낳은 결과 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성서와 교회 그리고 신자는 시대와 함께 성찰하고 행동하며 사는 존재지, 박물관에 안치된 박제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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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3/27 02:57 2015/03/2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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