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할 것 같은 아스팔트와 돌 틈 사이에 핀 꽃 한 송이.

문득 떠오른 옛 일들..

지금까지 나를 붙들어 준 말은 이 두 마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한 번 더.'

내 곁에 아무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왜 그렇게 혼자 '송곳'처럼 사느냐고 터부시되던 때가 있었다. 보수적인 공동체에서 몇 안 되던 사람이었기에, 더욱 더 분명하게 목소리를 냈고 행동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뜻에는 공감했지만, 함께 하지는 않았다. (지금? 사정은 많이 나아졌지만, 뭐 ㅎㅎㅎ )

지난 신학생 연합예배, 거리의 성찬예배에서 스치듯 인사를 나눈 몇몇 학우들을 보며 옛 일이 스쳐갔다. 각자의 자리에서 송곳처럼 살고 있을 지도 모를 학우들.

오래 전 나를 찾아왔던 한 후배님과의 대화를 떠올린다.

"어떤 때는 피로감에 다 접고 싶어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것도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예요. 헌데.. 이 이야기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피로감이 무엇에 대한 피로감인지는 한 번쯤 식별해 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송곳처럼 살았어요. 지금도 그렇죠. 그런데 뒤돌아 보면, 이런 저를 용납해준 수많은 길벗들이 있었어요. 혼자서 앞만 보고 달려가던 제 뒤를 책임져 준 수많은 길벗들.

그래서 지금은 송곳처럼 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제 길벗들과 더불어 함께 걷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싸움은 전선을 이뤄 싸우는 것인데, 제가 지나치게 앞서 나가면 제 뒤를 지켜주는 길벗들이 무리하게 되니깐요.

OO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용납받았던 순간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게 아닐까요? 우리가, 또는 내가 더 '옳아서'가 아니고요. 함께 한다는 건 그런 거 같아요.

가장 근본적인 원칙과 지향만 달리하지 않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한 번 더' 붙들고 용납하는 관계.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쉽게 포기 당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이게 없으면 소위 '내 편'과 있어도 감당할 수 없는 '피로감'에 떠나게 될 거예요.

물론 제가 그랬다고 OO님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예요. 다만 저는 제 생각을 나눌 뿐이예요."

주님이 나를 용납해 주신 일..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 순간. 아스팔트와 돌 틈 사이에 핀 꽃 한 송이를 마주하며, 이 꽃이 금새 말라죽을 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한 번 더'를 떠올린다.

나처럼 송곳이 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내 모든 길벗들에게, 이 하루 주님의 용납과 평화가 가득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직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그 평화를 빕니다. 두 손 모아,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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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23주일, 복음 말씀, 마태 18:15-20 가운데.

"내가 다시 말한다.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마태 18:19-20)

왜 두 사람이고, 두세 사람일까.. 왜 하느님은 함께 하는 곳에 함께 하시는 것일까.. 옳음과 용납은 어디까지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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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9/11 16:45 2014/09/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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