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함께 일하는 신부님 방문을 두드렸다.

"젊은 신부들과 얘기해서 다음 주 하루라도, 동조 단식을 하든 뭐라도 하고 올게요."

언제든지 다녀오라는 신부님의 답을 듣고는, 동료 신부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성공회 서울교구 신부 가운데, 정의평화사제단의 젊은 사제들을 주축으로 20-30명 모아보자고 했다. 서울교구 신부 1/5 정도 되는 숫자이니, 단식 39일을 넘어선 김영오님 곁을 하루라도 지키자고 했다.

안 되면 다만 몇 명이라도 빠르게 결의를 모아보자고 이야기를 주고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처리해야 하는 일들에 파묻혀 살다가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니 자정이 넘어갔다.

문득.. 단식으로도 꿈쩍거리지 않으면 다시 꽹과리와 짱돌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이미 저들은 '설득과 대화'가 아닌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과 힘의 논리'로 대응한 지 오래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철벽 안에 앉아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라는 저들과의 싸움은, 이스라엘 탱크를 향한 팔레스타인 소년의 돌팔매질을 떠올린다.

단식이 안 되면 종교인들이 앞장 선 스크럼 시위를, 스크럼 시위가 안 되면 꽹과리를, 꽹과리가 안 되면 다시 짱돌이라도 들어야 정신차리려나 싶다.

종교인이, 그것도 신부라는 사람이 꽹과리와 짱돌 운운하니 경악스럽나? '비폭력 저항'을 말해야 할 사제라는 사람이 '폭력 저항'을 말하니 황당한가?

최신식 탱크를 향해 작은 돌맹이를 던지는 팔레스타인 소년은 폭력 저항을 하는 걸까? 상대를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 무한 능력의 권력에게 최소한의 물리적 시위를 하는 것이 폭력 저항일까?

아무래도 단식을 넘어선 짱돌을 들기 전, 우리만의 저항 방식을 찾아야겠다. 절박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다.

온갖 거짓에 사로잡혀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스라엘과, 다 갖고 있기에 두려운 것 없이 상대를 말려 죽이는 이 땅의 권력자들이 오버랩된다.

주여, 속히 와 저들을 쳐부수소서. 저들의 철옹성과 철벽을 부수어 맨 몸으로 우리 앞에 서게 하소서. 자신들의 자비 없음을 돌이켜 울게 하소서.

* Photo: Musa Al-Sha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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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8/22 01:46 2014/08/22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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