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0일의 노숙 농성. 부당함에 저항한 7년 간의 싸움.

어제 퇴근길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이하 지.대.위)가 재능교육과 잠정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은 물론, 어용세력의 방해를 이겨냈다는 눈물 맺힌 기록을 뒤로 하고 말이다.

새벽 3시. 빨래를 널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한 번 ‘놀라운 소식’을 천천히 읽어 봤다.

나는 다행히(?) 10시 출근이라 집에서 8시 반에만 나가면 지각하진 않는다. 그렇게 지옥철은 약간 비껴갈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1시간 반의 출근. 아직까진 적응하느라 정신 없이 보내다가,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간은 저녁 7시.

담당한 체험 홈 아저씨들의 식사 후 정리까지 함께 하고 부랴부랴 나오면 7시 반 정도엔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렇게 퇴근해서 집에 오면 저녁 9시. 햇살님과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려면 9시 반 정도에 저녁을 먹게 된다.

잠깐 쉬고 세미나를 위한 책이나 외부 강의를 위한 자료라도 뒤적거리면 어느새 자정. 오늘처럼 담당한 집안일을 하면 훌쩍 새벽이 되고 잠 잘 시간은 줄어든다. 물론 그 와중에도 틈틈이 책이나 자료를 찾는 건 계속해야만 한다.

문득.. 재능 싸움에 임했던 세 분과, 그들과 연대했던 모든 분들은 이 모든 일상을 감당해내면서 싸움을 계속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재능교육 투쟁 3인방. 강종숙, 박경선, 유명자​. 그리고 지.대.위와 불.한.당.

내겐 쉽지 않은 일상을 묵묵히 감당해내고,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이들의 일상을 뒤흔든 ‘생존의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은 사람들.

길거리가 아닌 곳에서 일상을 살면서도 버거워하며 한 걸음씩 겨우 나아가고 있는 나와는 달리, 나보다 힘겨운 일상을 감당하면서도 ‘생존의 싸움’을 계속하여 온 사람들. 그리고 끝내 승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언저리에서 만나는 종교” 채플 시간에, 유명자 지부장님을 한 번 더 초대했었다. 그 자리가 성사되면 정말 눈물과 웃음 가득한 축제와 증언의 자리가 되겠구나 싶다 ^.^


주여, 이 시간 그들, 또한 그들과 연대한 모든 이들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하오니, 그들의 일상을 축복하소서. 그토록 평범한(?) 일상을 누리게 하시고, 그 평범한 일상을 통해, 또 다른 곳에서 힘겹게 생존의 싸움을 하는 이들의 디딤돌이 되게 하소서. 이 땅의 모든 ‘거리의 사람들’의 편이 되시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이젠 몇 시간만이라도 잠시 쉬어야 하겠다. 나의 자리에서 나의 싸움을 계속 하기 위해.. 재능과 연대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앞으로도 ‘따로 또 같이’ 연대하기 위하여.

* 2015년 9월 10일, 새벽 3시 42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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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9/13 04:26 2015/09/13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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