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회퍼를 다시 읽다가, 문득.

이 시대의 교회가 세상을 향해 외쳐야 하는 건, 억울하게 죽어간 학생들과 사람들이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정의롭지 못하여 일상의 평화를 지켜주지 못한 사건 앞에서, '기적'을 얘기하며 슬픔과 분노로 이 잘못된 세상을 '제대로' 보게 된 사람들의 눈을 다시 감게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의 일상이 달라지지 않은 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음을 선포해야 한다.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 나라를 이뤄가는 손과 발이 되어, 공적 공간인 거리와 광장, 그리고 사적 공간인 내 삶에서 마주하는 '왜곡된 권위 구조와 권위자들'과의 대면에서 각자가 들 수 있는 짱돌을 집어 들고 던지지 않는 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선포하는 것 말이다.

거리와 광장의 한켠에서 깃발을 펄럭이고, 삶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깃발을 펄럭이지 않고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선포. 이제는 다들 깨닫게 된 그것을 하게 하는 '일상적 진지'이자 '하느님 나라의 봉화대'가 교회이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메질과 담금질을 거친 슬픔과 분노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사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억울한 죽음 앞에서 '행동하는 기도'를 드리는 것. 그렇게 돌아오지 못하는 영령들이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과 같은 기억과 증언으로 우리 안에 '부활'하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의 교회가 '정의와 평화의 교회답지 못했음'을 사죄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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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5/04 02:02 2014/05/0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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