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번째 부르짖음: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 말씀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뜻이다. (마르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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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이는 산고의 고통이며 외마디입니다. 자녀를 낳을 때에 겪는 고통입니다. 이제 곧 맞이하게 될 새 생명은 기쁘나 그 산고는 어쩔 수 없는 심각한 고통이자 고독한 통증이듯, 이 순간은 잉태의 순간입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십자가에 못 박혀 달려 있는 몸으로, 한 마디 한 마디 큰 소리로 내뱉을 때마다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합니다. 그렇게 한 마디 내뱉고 다음 한 마디를 내뱉기 위해 거친 숨을 들이마셔야만 합니다.

십자가에 달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 그리고 저주의 웅성거림, 그 눈빛들, 그 무거운 공기. 그 한가운데 십자가에 달리신 우리 주님은 그 모든 저주를 들이마시며 그 통증에 외마디를 지릅니다. 그러나 그 분의 몸 안에서는 우리가 상상조차 못한 정화와 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주는 고통과 복수를 낳지만, 우리 주님은 저주와 고통을 끌어안고 정화와 용서로 변화시키십니다. 그 스스로 위대한 전환점이 되십니다. 악순환을 끊는 변화가 되십니다.

지옥 같은 이 세상을 한 처음 창조의 기운으로 변화시키시기 위해 거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자기 욕망과 성공을 향한 무한 경쟁이라는 꿈에 중독된 우리를 깨우고자 외마디를 내지르십니다. 그 악몽을 하느님에 대한 갈망과 서로 섬기는 하느님의 꿈으로 바꿔주시고자, 태초부터 주님 안에 존재했던 그 한 처음 하느님의 숨결을 내쉬어 주십니다.


하느님의 심장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시려고 우리 가슴을 “쿵!”하고 내려치십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제 태초에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우리 가슴, 저 깊은 곳에 존재했던 하느님의 심장이 그 외마디 소리에 충격을 받아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쿵! 쿵! 우리 죄 때문에 오랜 동안 굳어있던 우리 영혼, 저 깊이 간직되어 있던 그 하느님의 심장이 박동하며 살아 움직입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절규는 단순한 좌절이 아닙니다. 이 땅의 모든 영혼을 죽음에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잉태의 순간에 어머니가 내지르는 산고의 신음입니다. 이 땅에 홀로 버림받아 버려졌다고 느끼는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아이야. 네가 느끼는 깊은 절망과 버려짐의 그 감정과 어둠을 내가 똑같이 느꼈단다.
이제 내가 그 절망과 버려짐의 어둠 깊은 곳에서 너를 빛으로 인도하마.
아이야, 내 뒤를 따르렴. 내 손을 꼭 잡으렴.
네가 이 손을 놓치더라도 나는 결코 네 손을 놓지 않을 거란다.
두려워 말거라. 외로워하지 말거라.
아이야, 나도 네가 느낀 그 깊은 절망과 버려짐의 감정과 어둠을 느꼈단다.
아이야, 결코 나는 너를 그곳에 홀로 두지 않을 거란다.
내가 느낀 그 깊은 절망과 버려짐의 어둠 깊은 곳에 너를 홀로 두지 않을 거란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너의 깊은 절망과 네가 홀로 버려졌다고 속삭이는 그 어둠을 내 외마디가 씻어주마.
아이야, 내가 여기 있단다.
네가 느낀 그 어둠의 깊은 곳에, 내가 여기 있단다, 아이야.
내가 이 깊은 절망과 어둠을 느꼈으니,
아이야, 나는 결코 너를 홀로 두지 않을 거란다.”

- 교육훈련국, 민김 종훈(자캐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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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를 비롯한 전례적 교회에서는 성삼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중에서도 성 금요일에는 '주의 수난(Passione Domini)'을 기억하며 '십자가의 길'과 '가상칠언(架上七言)'을 예식으로 구성하여 함께 지킵니다. 성공회 서울 주교좌교회에서도 성 금요일 정오부터 '십자가의 길' 기도와 '가상칠언' 묵상을 함께 합니다.

교구 스태프인 저도 한 꼭지를 맡아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가상칠언' 가운데 '네 번째 부르짖음: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를 맡았습니다.

원고를 다 준비해 놓고 업무 일정의 문제로 다른 신부님이 제 원고를 가지고 대신 순서를 진행해 주시게 되어 많이 미안한 상황이 되었지만, 한 주 동안 '가상칠언'을 묵상하며 참 많은 걸 느끼고 깨달아 정리하게 된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페친 중에 시간이 되는 분이 있으시다면 정오부터 진행되는 성공회 주교좌교회 예식에 함께 해 보세요. 직장인이나 낮에 시간이 안 되는 분들은 가까운 성공회나 전례적 교회에 방문하여 함께 해 보세요.

'십자가의 길'은 매우 전통적인 예식은 아니고 14세기에 정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합니다. 허나 여러분이 함께 하실 기회를 얻는다면 신앙의 또 다른 만남을 갖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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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3/03/29 03:40 2013/03/29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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