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빛을

* 2014년 11월 17일(월) 성공회대 교직원 아침기도, 말씀 나눔 *

단언하건데, 어떤 조직이나 관계든 다른 사람들의 성실함과 피땀을, 쉬운 소모품이나 들러리 취급하는 조직과 관계는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생존하기 위해 더 성실하게 노력하며 피땀을 흘릴 수 밖에 없는 더 약한 이들이 ‘쉬운 소모품이나 들러리 취급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조직이나 관계는 더 빠르게 망할 것입니다.

멀쩡해 보인다고요? 우리의 영혼과 눈이 어둠 속에서 살아갈 때는 그렇게 보일 겁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빛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커다랗고 그럴 듯한 명분을 앞세운 일이나 조직, 관계에서는 얼마든지 포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이나 소소한 순간이 쌓여 드러나는 조직과 관계에서는 포장할수록 누더기가 되기 쉽습니다.

정직해야 합니다. 그럴듯한 대의명분이 있고, 내가 옳은 삶을 ‘살았던 적’이 있으며, 지금도 '그런 것 같다'고 해서, 지금도 내가 항상 옳을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며 살수록 포장된 조직이나 관계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 포장이 누더기가 되어 간다는 걸 애써 부정하며, ‘어쩔 수 없다’고 자기 위안이나 자기 최면으로 도피하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그 조직이나 관계는 더욱 더 빨리 망해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팎의 어둠과 빛을 잘 식별하고 정직해지는 게 중요합니다.

어둠은 하느님의 빛만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빛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빛을 품은 사람들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존중하고 협력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우리 안팎의 어둠을 몰아낼 힘을 얻게 됩니다.

우리 잊지 맙시다. 누군가에게 ‘쉬운 소모품이나 들러리 취급’받기 위해 하느님께서 부르시고 빛을 허락하신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빛을 품은 우리 모두는 높고 낮음이 없습니다. 그저 각자의 부르심이 있고 역할에 따른 협업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안에 공존하는 어둠과 빛을 의식해야 합니다. 빛이나 어둠, 어느 하나만으로 이뤄진 사람이나 관계는 없습니다. 성서나 교회 전통이 그렇게 증언합니다. 그렇게 공존하며 혼재하는 어둠과 빛을 의식하되, 우리는 서로의 빛에 초점을 맞추고 빛을 호명하여 함께 해야 합니다.

어둠이 아닌 빛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빛을 존중하고 호명하여 함께 해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빛을 호명하고 존중하는 사람은 상대를 쉬운 소모품이나 들러리 취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요한의 복음 1:3b~5)

* 덧붙임. 갑작스런 대타 요청으로 준비해놨던 메모를 그대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시간. 음.. 오늘따라 총장 신부님 이하 어른들이 잔뜩 계서서 토씨 그대로 읽지는 않았다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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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11/18 16:14 2014/11/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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