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을 살다

"심판을 살다"

일상을 산다는 것. 그것은 이미 ‘심판’을 산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빛보다 자신의 어둠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판결’을 받았다. 그는 빛을 미워하고 멀리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빛을 사랑하는 자, 그 빛에 끌리는 자들은 그 빛을 향해, 그 빛을 따라 산다. 그러므로 그의 일상 가운데 이미 하느님의 뜻을 이루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의 뜻은 우리에게 '좌표'로 주어졌다. 그 오래 전 모세의 '구리뱀'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달리신 '십자가'처럼. 이 '좌표'는 우리가 이 복잡하고도 외로운 지구라는 행성에 덩그러니 던져진 것이 아니란 걸 알려준다.

그 오래 전부터 '하느님을 거역하는 자들'은 '허공을 다스리는 세력'이나 '조종하는 악령'을 따르는 자들이라 지칭되었다. 오늘날도 허공을 다스리는 세력이나 조종하는 악령은 온갖 불안과 공포 그리고 달콤한 것들로, 우리가 '자발적 순응'을 넘어 '자발적 수행 주체'가 되도록 만든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빛, 그 좌표는, 우리를 둘러싼 공기이자 우리를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처럼 우리를 조종하는 것들을 거슬러 '다른 삶'을 꿈꿀 수 있게 한다.

하느님의 작품이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새겨놓았다는 게 아니다. 그건 은총과 자비이며 선물로 주어진 좌표에 가깝다. 그 하느님의 빛을 향해, 그 좌표를 향해 '창조물'로 살아 움직이며 스스로 '하느님과 동행하는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이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거스르는 시도다. 우리에게 주어진 좌표로 자발적 수행 주체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을 '비춰보는' 것이다. 계속 균열을 만들어내고 탈주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사는 거다.

일상을 산다는 것. 그것은 이미 우리가 매일매일 ‘심판’을 산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빛, 그 좌표를 기준으로 말이다.


-----

2015년 3월 15일, 사순 4주일(장미주일)
1독서, 민수 21:4-9 / 2독서, 에페 2:1-10 / 복음, 요한 3:14-21

8 야훼께서 모세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놓고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쳐다보게 하여라. 그리하면 죽지 아니하리라."
(민수 21:8)

2 여러분이 죄에 얽매여 있던 때에는 이 세상 풍조를 따라 살았고 허공을 다스리는 세력의 두목이 지시하는 대로 살았으며 오늘날 하느님을 거역하는 자들을 조종하는 악령의 지시대로 살았습니다.
7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앞으로 올 모든 세대에 보여주시려고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이렇게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셨습니다.
8 여러분이 구원을 받은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입고 그리스도를 믿어서 된 것이지 여러분 자신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이 구원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9 이렇게 구원은 사람의 공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10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미리 마련하신 대로 선한 생활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창조하신 작품입니다.
(에페 2:2, 7-10)

18 그를 믿는 사람은 죄인으로 판결받지 않으나 믿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죄인으로 판결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9 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실이 악하여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했다. 이것이 벌써 죄인으로 판결받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20 과연 악한 일을 일삼는 자는 누구나 자기 죄상이 드러날까봐 빛을 미워하고 멀리한다.
21 그러나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은 빛이 있는 데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그가 한 일은 모두 하느님의 뜻을 따라 한 일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요한 2:18-21)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자캐오

2015/03/16 11:01 2015/03/16 11:01

Trackback URL : http://www.zacchaeus.kr/trackback/573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427 : 428 : 429 : 430 : 431 : 432 : 433 : 434 : 435 : ... 908 : Next »

블로그 이미지

가난, 소외, 여성 & 그 언저리에 함께 하는 무지개빛 성령님...

- 자캐오

Calendar

«   2018/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Site Stats

Total hits:
303288
Today:
42
Yesterday:
85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