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하느님께 '맡기는 부분'


신부, 소위 '성직자'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질문을 받는다.

그 가운데 "살면서 하느님께 어느 부분을 얼마 만큼 맡겨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이럴 때에는 "삶의 전부가 아닐까요?"라고 말하며 빙그레 웃어주면 된단다.
그렇게 답하면, 대부분 "아.. 그, 그렇죠.."라며 머쓱해 하면서도 더 질문을 못한단다.

헌데.. 문제는 이 '삶의 전부'라는 부분이다.

하느님은 1년 365일, 매 시 매 초 매 순간을 요구하시는 분이신가?
그 모든 시간과 갈등 그리고 선택의 순간을 요구하시는 분이란 말인가?

(거칠게 일반화하자면) 또 재밌는 건,

보수적인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일수록 하느님께 '맡기는 부분에 대한 결정'을 성직자들이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에, 진보적인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일수록 하느님께 '맡기는 부분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하나, 자신이 '합리적으로 이해 가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렇다면 '내가 만나는 하느님'은 어디 있으며, 반면에 '일상에서 동행하는 하느님'은 어디 있는 걸까?


# 02. 침묵. 빈손을 펴는 것.


헌데 삶에서 하느님께 맡기고 침묵해야 하는 부분이나 순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 때 침묵은 부정이 아닌 기다림, 기대, 나아가 나의 잘못된 기대를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살면서 하느님께 어느 부분을 얼마 만큼 맡겨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침묵해야 할 때요."라고 답하게 된다.

침묵은 그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영역이나 순간이 아니더라도 하게 될 때가 많다. 더군다나 신앙적 이유로 침묵한다는 건, 하늘과 땅이 맞닿는 느낌을 내 안으로 깊이 받아 들인다는 선택이자 응답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그 침묵의 순간에 비로소, 나는 내 안팎과 경계를 넘어 충만한 하느님과 대면하는 시간을 얻고, 침묵을 통해 합리적인 영역과 선택의 순간에도 하느님을 나의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때인지는 나도 정확하게 말해줄 수 없다. 이건 정말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거나 볼을 만지듯 스치는 바람처럼 각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 침묵의 순간은 '하느님께 내 빈손을 펴는 것'이라는 거다.

그러니 어느 부분을 맡겨야 할지, 얼마 만큼 맡겨야 할 지 궁금하다면, "하느님께 당신의 빈손을 펴고 싶은 만큼입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침묵(잠)'한다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 나의 빈손을 펴는 것이다.

그 빈손에 하느님께서 무엇을 쥐어 주실지 설레여하는 마음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자캐오

2013/10/01 03:49 2013/10/01 03:49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이올린 태그검색올블로그 태그검색태그스토리 태그검색티스토리 태그검색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www.zacchaeus.kr/rss/response/215

Trackback URL : http://www.zacchaeus.kr/trackback/215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818 : 819 : 820 : 821 : 822 : 823 : 824 : 825 : 826 : ... 999 : Next »

블로그 이미지

가난, 소외, 여성 & 그 언저리에 함께 하는 무지개빛 성령님...

- 자캐오

Calendar

«   2018/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329506
Today:
301
Yesterday:
182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