쩔쩔매는 하느님

"나는 당신의 생각과 입장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표현이나 소통 방식에는 입장을 달리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는 힘을 좀 빼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살면서 모든 걸 경계하고 모든 것에 반응하며 모든 사안에 입장을 가져야 할까?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 수 없다.

그럼에도 모든 것에 경계하고 모든 것에 반응하며 모든 사안에 입장을 가져야 할 것처럼 살 때가 있다. 얽혀 있는 것이 적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그렇게 하기가 쉽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런저런 일로 함께 하는 사람도 피로도가 상당하다. 특히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니라, 문자로 가득한 글로 접해야 할 때에는 뻣뻣한 가죽을 씹는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게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면 피하고 싶어지거나 그만두고 싶어질 때가 생긴다.

글을 주절거리기 시작했을 때에는 최근 겪은 몇 가지 사건들과 담벼락에 올라온 이야기들에 대한 반응이었는데..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니,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한 얘기다. 바로 나를 안스러워하던 그 많은 길벗들의 간곡한 조언이자 토닥임에 담긴 이야기다.

이제는 다시 힘을 좀 빼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모든 것에 곤두선 고슴도치가 되어, 모든 걸 경계하고 모든 것에 반응하며 모든 사안에 입장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없다.

'전능자적 시점'으로 토해내던 수많은 이야기는, 결국 '외로운 신'이 되어 모든 걸 내려다보며 살겠다는 고백일 뿐이다. 내가 만난 하느님은 모순투성이에 모자라고 흠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쩔쩔매는 하느님', 그렇게 내 손을 붙들고 우리 가운데 계신 분이었다.

어제 그대들과 함께 했던 거리의 성찬예배이든, 잠자리에 들기 전 고요히 드리는 밤기도이든, 저 커다란 예배당 한 구석에서 흐느껴 울며 드리는 찬양이든, 우리 가운데 '쩔쩔매는 하느님'의 손을 붙들고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이다.

이 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평화를.. 그 쩔쩔매는 하느님의 손을 놓치 않기를..

* 덧붙임: 추석이 끝나고 다음주가 되면, 길목협동조합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6주짜리 강의를 하게 됩니다. '정답'이 아닌, '여러 길 가운데 하나'를 맛보고 있는 제 기쁨과 애통을 나누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추석 기간에 정리하게 될 이야기들이 '쩔쩔매는 하느님 손을 붙들고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맘 깊이 기도해 주십시오.

두 손 모아,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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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9/09 17:42 2014/09/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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