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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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이 있다.


특별한 인연(?)도 없이, 그저 페북에서 알게 된 분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호의를 받을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언제쯤 나오나 기다리고 있던 김근수 선생님의 책 <교황과 나: 개혁가 프린치스코와 한국>이 그렇게 내게 전달되었다.

천주교 신자이자 김근수 선생님의 글을 무척 좋아하는 소지영님. 가끔 직접 만든 수세미를 보내주시는 분께서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보내주신 것이다. 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ಠ‿ಠ

여기까지 적고 보니, SNS란 도구는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책 읽어야 할 시간을 뺏기는 느낌이라 출퇴근길을 제외하곤 1시간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나, SNS란 도구를 통해 얻은 게 참 많다.

당장 이 책을 쓰신 김근수 선생님만 하더라도 SNS를 인연으로 만나 뵙게 되었고, 그 이후 한두 번의 강연 부탁과 책 선물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소지영님을 통해 선물받은 이 책에 저자 친필 사인받겠다고 연락드릴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 외에도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많은 인연과 교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 일까. 가끔 20~30분 멍하니 SNS를 읽다 보면, 문득 그 글과 사진 뒤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바쁜 여름이 지나면 이렇게 별 거 없는 나라도 만나고픈 사람들이 있는 지 알아 보고, 한 주에 몇 명이라도 만나러 다녀야 겠다. 주로 수도권 근처겠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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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늘 조심하는 건, '과잉'이다.

SNS도 또 다른 형태의 미디어다. 살과 피가 튀며 일상이 무너지고 부서지는 타인의 고통이 그저 '전시물'로 공유되기도 한다. 밋밋하고 비겁한 내 일상이 화려하게 덧칠되어 보여지는 미디어의 속성이 과잉 확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SNS을 통해서 과잉 포장되는 나. 하나의 단면이 전부인 것처럼 왜곡되어 전달되는 나. 그런 이미지 뒤에 숨어서 적당히 얻을 것만 얻고 유유히 사라지는 관계. 심각한 고통과 밋밋하고 비겁한 일상이 '다양한 전시물' 정도로 소비되는, '가면 무도회'의 또 다른 버전을 살게 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늘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되뇌면서, '최선을 다하되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살자고 하는 거다. 어찌되었든 '가상세계'인 SNS에서 현실의 피땀과 가볍고도 묵직한 일상의 관계를 피해가거나, 나만의 성을 쌓고 도피해 있거나 통제력을 만끽하는 유희로 바뀌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다시 사람들을 초대해서 밥상에 둘러앉아 한 끼의 밥을 나누기 시작했다.

집에서 한 밥상에 둘러앉는 건, 내게 무척 큰 의미를 갖는다. 남들에게 쉽게 노출하지 않는 내 일상의 공간을 정돈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 없다는 거다. 한정된 재정과 시간 속에서 사는 나지만, 그 재정과 시간을 쪼개서 대접할 만큼 당신은 내 삶의 한 조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거다.

이처럼 시간과 재정을 쪼개 무리해서라도 사람들과 밥 한 끼 같이 먹는데 힘을 다하는 건, 내가 그 밥상으로 여기까지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로부터 도움받지 못하는 절망과 한계 상황 속에서, 나를 초대해서 한 끼의 밥을 먹여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오늘까지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늘 시간과 재정은 부족하다. 그런데도 아직 밥상에 둘러앉아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초대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미안한데, 그래서 행복하다. 이렇게라도 나눌 게 있는 사람이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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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7/23 04:04 2014/07/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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