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거나 대화를 할 때에 가끔 짜증날 때가 있다. (사람보다는 그 글이나 대화 내용에 대한 짜증 ㅎㅎ) 성서 한두 구절을 자기 논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갖다 붙이는 거다.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으니 크게 할 말은 없는데, '성서에 대한 정의'나 '성서 해석의 원칙'이 나와는 꽤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할 때엔 당황스럽다 못해서 '뭥미...'하게 된다.

나는 성서를 역사적(그때 거기)이고 은유적(상징, 비유, 의미)이라고 본다. 그런데 성서를 '문자적 진실' 또는 '유기적 영감설'에 의해 쓰였기에 일점 일획 오류가 없다고 믿는 이들이 그런 일을 할 때엔 당황스럽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다거나, 성서 그 자체만이 모든 생각과 말과 태도의 근거이어야 한다고 믿는 '성서 문자주의자'라면, 모든 말과 글이 성서로만 구성되어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물론 실제로 그렇게 살라는 건 아니다 =.,=;; 그 정도의 '성서 문자주의자'는 본 적이 없다. 소위 '성서 문자주의자'인 것처럼 사는 사람들도 '~%' 순도 차이일 뿐이고, 자기 삶의 자리에 크게 영향받는 걸 종종 본다.)

어차피 성서를 역사적이고 은유적으로 보는 나 같은 사람에게 성서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근거'이긴 하지만 '모든 것'이지는 않다. 그런데 성서가 '모든 것'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성서 한두 구절을,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갖다 붙이는 건 스스로의 얼굴에 침뱉는 거 아닌가 싶다.

제발 부탁이다. 성서는 '한두 구절'로 보는 게 아니라고 신학교나 교회에서 안 가르쳐주나? 그 문맥과 역사적 맥락 그리고 은유적 의미를 충분히 살펴보라고 배우지 않았나?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면, 책 하나 추천해 드리고 싶다. 마커스 보그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왜 신앙의 언어는 그 힘을 잃었는가?>

'사랑'에 대한 논쟁이나 대화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교리'를 정해놓고 '하느님'이나 '성서 구절'을 끼워 넣는다는 인상이 강하다. '성서 문자주의자' 또는 '성서가 삶의 모든 것'이라고 '용감하게' 주장하는 여러분. 그 성서가 말하고 있지 않는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1요한 4:8)

상대방의 독특한 정서와 신체를 존중한다는 전제에서,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누구에 의해서 쉽게 규정되지도 않는다. 하느님도 사랑을 쉽게 규정하지 않으신다. 하느님이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하느님을 규정하는 거 봤는가... @^@;;;


* 덧붙임 하나. 성서에서 '모세'(?)의 증언을 통해 전해진 하느님 스스로의 정의. "나는 곧 나다." 사랑이신 하느님이 스스로를 사랑이라고 말하고 계시지 않던가, 뭘 그리 하느님과 사랑을 '규정'하지 못해서 난리인지... 참. 성서는 그저 '행동'과 '적용'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규정은 하느님께 맡겨 두자.

* 덧붙임 둘. 하느님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가장 명확하게 계시되었을 뿐이다. 그것이 '요한이 보낸 첫째 편지' 4장이 그토록 반복해서 강조하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거기에서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나 우리끼리의 사랑(도리)을 가져오는 건 너무 건너뛴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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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께로부터 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8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9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셔서 우리는 그분을 통해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가운데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10 내가 말하는 사랑은 하느님에게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에게 대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요한에게 보낸 첫째 편지, 4:7-10 상반절, 공동번역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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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3/15 15:50 2014/03/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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