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세상에서 말하는 공평을 믿지 않는다.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개인이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하는 이 시간. 어제 우리가 함께 성찬예배를 나눴던 그 자리에서 누군가는 또 다시 기도할 것이다.

추석 명절이 시작되는 이 시간. 어제 우리에게 명절 음식을 나눠주셨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분들은 잃어버린 가족들을 그리워할 것이다.

어제 '거리의 성찬예배'를 드린 후, 희미한 미소로 우리 앞에서 증언해 주셨던 '동혁 엄마'의 이야기를 잊을 수가 없다.

배 아파 난 자식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들 동혁이. 그런 그를 향해 '보험금'을 노린다고 비방했던, 거짓된 영에 사로잡힌 세상 사람들의 수근거림.

동혁 엄마는 우리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하셨다.

"예. 제가 동혁이 엄마예요 ... 동혁이 아빠랑 동혁이랑 가족이 된 건 기독교 신앙 때문이었어요. 저도 기독교, 동혁이 아빠도 기독교였어요 ... 가정을 이루고 주일예배는 빠지지 말자고 했어요 ... 맞벌이라 쉽지 않았어요 ... 가끔 가정 예배도 드렸어요. 동혁이 아빠가 사회를 보고, 동혁이가.. 성경을 읽고요.."

그리고 깊은 한숨을 쉬시고 증언을 이어 가셨다.

"... 건너오는데 한참을 주저했어요 ... 그런데 오늘 예배문에 제가 있더라고요. '하느님에게 화난 사람'이오. 네, 저 하나님한테 많이 화났어요. 많이 삐졌고요.

... 그런데 예배 드리고 많이 위로가 됐어요. 힘이 됐어요. 신부님도 말씀하셨죠. '편드시는 하느님'. 네, 하느님은 제 편이세요. 하느님은 편드시는 분이셨어요. 오늘 여러분도 편들어 주려고 여기에 오셨죠? 여러분도 제 편이 되어 주세요 ..."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예배란 무엇일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그 깊은 좌절과 오랜 어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호명하는 것이다. 치장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맞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똑똑한 목소리와 삶으로 증언하는 것이다.

"하느님이 당신 편입니다."

지나치게 기울어진 세상에서 똑바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당신과 나. 우리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시며 편드시는 하느님. 그 하느님을 편들며 사는 게 '신앙'이고 '그리스도인의 삶이자 증언'이어야 한다.

복음은 '편들기'이고, 교회는 '편드는 곳'이며, 신앙은 '편드는 자들의 고백'이다. 또한 기울어진 세상을 똑바로 살기 위한 울부짖음이다.

----------

✝ 형제자매들과 함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사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좋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과 벗 된 이들과, 하느님을 먹였던 이들과, 하느님과 논쟁했던 이들과, 하느님을 어루만진 이들과, 하느님에게 화난 이들과, 하느님의 얼굴을 본 이들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느님을 떠났던 이들과 더불어 주님을 찬미합니다.

...

✝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 또한 당신과 함께 하소서.
✝ 이 땅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 하느님이 편드시나이다.
✝ 이 땅의 모든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 하느님이 편드시나이다.
✝ 이 땅의 모든 차별받는 사람들을  ⊙ 하느님이 편드시나이다.

- 길찾는교회 거리의 성찬예배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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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9/09 02:22 2014/09/0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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