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표지

최근에 가장 귀담아 듣는 분이 있다면, 천주교 평신도 신학자이자 해방신학자인 김근수 선생님의 얘기다. 특히나 해방신학적 글쓰기는 배울 점이 너무 많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복음 해설이 올라오는데, 오늘은 마태오의 복음 27장 62-66절이었다.

그 글을 읽자마자 내 생각을 덧붙여 짧게 정리했다.

영감을 주는 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좋은 신학자이자 운동가다.

이런 분과 개인적 인연과 만남을 이어가고 속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SNS를 절제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SNS를 활용하여 얻는 게 많은 나로서는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는 말에 더 동의하게 된다.


슬픈 예수 II 마태오복음 해설 168


“62 그날은 명절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그 다음 날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빌라도에게 몰려와서 63 이렇게 말하였다. ‘각하, 그 거짓말쟁이가 살아있을 때에 사흘 만에 자기는 다시 살아난다고 말한 것을 저희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64 그러니 사흘이 되는 날까지는 그 무덤을 단단히 지키라고 명령하십시오. 혹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다 감추어 놓고 백성들에게는 그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떠들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이번 속임수는 처음 것보다 더 심한 혼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65 빌라도는 그들에게 ‘경비병을 내어줄 터이니 가서 너희 생각대로 잘 지켜보아라’ 하고 말하였다. 66 그들은 물러가서 그 돌을 봉인하고 경비병을 세워 무덤을 단단히 지키게 하였다.”(마태오 27,62-66)

마태오에게만 보이는 단락으로 역시 마태오 고유의 전승인 마태오 28, 11-15와 함께 예수 시신을 지키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 단락은 예수 빈 무덤 발견을(마태오 28,1-10) 앞뒤에서 감싸고 있다. 유다교 지배층과 빌라도의 대화가 나오지만 주제는 예수 부활이다. 그에 맞서 예수 시신을 훔침이라는 유다교 지배층의 주장이 나온다. 예수부활에 대해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가 논쟁하는 듯한 장면이다. 본문을 마태오가 창작한 것인지 전승을 얻어 글로 기록한 것인지 성서학자들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예수 제자들이 예수 시신을 훔쳤다고 비난받은 것은 역사적으로 사실인 것 같다. 마태오 28,15에 그리고 초대교회 학자 Justinus도 유다교 사람들이 그렇게 선전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초대공동체의 부활 증언에 대해 유다교측의 흑색선전이 있었고 이에 대항하여 공동체에서 본문같은 설화가 생겨난 것 같다. 예수를 믿지 않는 유대교측은 빈 무덤을 보고 시신이 사라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고, 초대공동체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악의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추측이 시간이 지나면서 소문이 되고 결국 본문같은 설화로 굳어지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감옥에 갇힌 의로운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구출되는 이야기들이 본문이 생기는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천사가 감옥 문을 여는(사도행전 12,3-10) 이야기가 그 사례중 하나다. 위경인 베드로복음에 이 설화가 더 발전한 모습이 보인다. 서둘러 예수 곁을 도망친 제자들이 몇시간 만에 예수 무덤이 어딘지 어떻게 알아낼까. 로마군인들이 무덤을 단단히 경비하고 있는데 제자들이 무슨 수로 시신을 훔칠까. 맥락은 다르지만, 종북이라는 흑색선전이 반복되고 시간이 지나면 그 잘못된 선전을 사실로 믿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명절을 준비하는 날은 안식일 전날을 가리킨다. 예수는 금요일에 처형되었음을 알려준다.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안식일에 빌라도에게 갔다는 62절의 말은 믿기 어렵다. 부정 탈까 두려워 안식일 전날에도 총독 관저에 들어가지 않던 사람들이(요한 18,28) 더구나 안식일에 빌라도에게 몰려갔을 리 없다. 율법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바리사이파가 느닷없이 안식일에 빌라도에게 가다니. 율법을 어길 정도로 다급한 바리사이들의 초조함을 드러내려고 마태오가 그렇게 기록했을까.

대사제들이 빌라도에게 몰려왔다는 말은 유다교 지배층이 로마군대와 가까운 사이였음을 알려준다. 나쁜 정치인과 나쁜 종교인은 쉽게 만나고 쉽게 통한다. 대사제들과 바리사이가 한 무리로 언급된 곳은 마태오복음에 여기 말고 21,45 뿐이다. 그들은 빌라도에게 κύριε(주님), 예수를 planos(거짓말장이) 라고 불렀다. 공동번역이나 개정개역 성경에 모두 ‘각하‘로 옮겨졌는데, 찬성하기 어려운 번역이다. 대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하느님에게 쓰는 호칭을 로마총독에게 쓴 것이다. 자기 땅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이방인 총독에게 ’주님‘이라 존칭하며 아부하는 종교지배층의 모습이 폭로되었다. 독재자들에게 온갖 경칭을 쓰며 빌붙는 종교지배층이 남의 나라에만 있을까. 종교지배층처럼 권력의 동향에 민감하고 냄새를 잘 맡는 인간들이 또 있을까.

63절에서 예수는 거짓말쟁이로 64절에서 제자들이 거짓말쟁이로 몰린다. 사제들을 종북으로 모는 사람들은 곧 프란치스코 교황을 그리고 예수까지 종북으로 몰 것인가. 악의 세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하느님 두려운 줄도 모른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 중에 그런 나쁜 짓에 박수치는 사람도 있다. 하느님은 이 모든 일을 다 기억하시고 그대로 심판하실 것이다.

본문은 성서학자들은 난감하게 만든다. 예수 부활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불가능한 일을, 더구나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증명하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마태오는 빈 무덤 이야기가 떠도는 사회에 살았다. 유다전쟁 후 유다교 분파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바리사이파가 예수부활을 부정하는 사회에 살았다. 마태오는 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부활을 당시 사람들의 지식수준에 맞추어 빈 무덤에 연결하여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본문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시청자들을 오해시킬 수 있는 장면이다. 본문을 역사적 사실로 여길 수는 없다. 부활 믿음에 오늘 본문이 필요하지도 않다. 본문에서 유다인에 대한 미움을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이끌어내거나 확대할 이유도 없다.

Karl Barth의 적절한 지적처럼 빈 무덤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뜻을 지녔다. 오늘 본문에서처럼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가 빈 무덤을 서로 반대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빈 무덤이 있기 때문에 부활을 믿는 것이 아니다. 빈 무덤은 부활의 표지중 하나일 뿐이다. 예수부활은 예수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진지한 신앙고백이다. 부활을 믿으면 예수의 삶이, 세상과 역사가 비로소 제대로 보인다는 고백이다. 부활은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고 반증할 수도 없다. 빈 무덤 자체는 부활의 증거도 아니요 반증도 아니다. 빈 무덤에서 부활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다는 가르침을 본문에서 얻어야 하겠다.


---------------

"빈 무덤은 부활의 표지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활의 표지를 삶과 말로 증거하는 증인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삶이 만만치 않습니다.

증인이어야 할 교회와 신자들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그 안에 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증인이어야 할 우리가, 오히려 위증과 왜곡을 일삼는 배반자로 살기 쉽기에 우리에겐 성령님의 붙드심이 있어야 합니다.


빈 무덤은 부활의 표지중 하나일 뿐입니다.

더 중요한 부활의 표지는 바로 우리입니다.


어제와 내일의 교회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교회, 오늘의 신자, 오늘의 성직자가 더 중요한 부활의 표지입니다.


이 믿음으로 오늘을 삽시다. 우리 힘만으로는 할 수 없으니 성령님께 의지하며 삽시다.


경제적 가난함, 정치적 가난함, 사회적 가난함,

그리고 영적 가난함을 해방하며 구원하시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따라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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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3/12/05 17:10 2013/12/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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