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부활절.


묻는다.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함께 하셨고, 부활하신 뒤에 숨죽이고 숨어 있던 우리를 찾아내어 함께 먹고 마신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이 나눠주신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모금이 되어 살 수 있겠느냐고.


침묵한다.

그 부활의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모금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회심'과 '내어 줌'의 무게 앞에서 침묵한다.


머뭇거리며 답한다.

그런 건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설령 그런 게 답일지라도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위태롭게 매순간 줄타기하듯이 살고 있지 않던가.


초에 불을 밝힌다. 어두운 공간에 특유한 향이 퍼지고 하나씩 초가 빛을 낸다.


제대 아래 놓인 지거 쾨더 신부님의 성화 "성만찬".

포도주 잔에 예수님의 얼굴이 비추어 있다.

부활하신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적 없는 이 세상에, 그 분을 나눠주고 비춰 보이는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잔.

분명 각자에게 요구되는 무게는 다르다. 각자가 짊어질 수 있는 무게 또한 다르다.

그러나 '교회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에게 요구되는 무게는 똑같다.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를 나눠주고 비춰 보이는 증언자들로 살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더이상 제대는 제사를 반복하는 곳이 아니다. 더이상 빵과 포도주는 한 끼의 식사로 끝나지 않는다.

제대는 부활의 그 분이 고백되고 증언되기 시작하는 곳이다. 빵과 포도주는 한 끼의 식사에서 하늘 아래 모든 존재들의 식사이자 예절이며 의식인 '예식'이 된다.

그렇게 우리의 제대와 빵과 포도주는, 하늘과 땅이 교차하고 어둠과 빛이 공존하며 깊은 고통과 침묵 그리고 환희와 해방이 씨름하는 상징이 된다.


우리가 부활을 의심하며 그 앞에 모여 둘러 서기 시작할 때에, 그 의심 그대로 묻기 시작할 때에 말이다.

그러니 의심하라. 부활을 의심하라. 그리고 질문하라.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진리가 진정 맞는 지 묻고 또 물어라. 증언자가 된다는 건 의심하고 질문하는 자가 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2015년 4월 5일, 밝혀진 것 없는 세월호 참사 1주기 1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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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4/06 00:18 2015/04/0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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