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정이 다 되어 돌아간 집. 함께 살아주는 분의 눈이 약간 부어 있었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부른 노래 하나를 들려 주더군요.

"나 어릴 땐 철부지로 자랐지만~ 지금은 알아요~ 떠나는 것을..."

옛 노래. "하얀 민들레".

가만히 눈을 감고 듣다가,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사람 양 볼을 따라 흐르고 있는 눈물..

우울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고 좋은 사람을 만나 한참 수다를 떨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 산동네인 동네 길가에 잔뜩 펴 있는 민들레와 눈이 마주쳤는데,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더군요...

집에 돌아와..

'때가 되면' 떠나게 될 아이들이.. 그 아이들이 아직 떠날 때가 되지 않았는데.. 따스한 엄마 품에 안겨 보지도 못하고, 차디찬 바다 깊숙한 곳에서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깊이 짓눌렀답니다..

둘이 부둥켜 안고 한참을 펑펑 울었죠.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함께 죽어간 수많은 억울한 영혼들에게 미안해서.. 가슴 아파서.. 너무 화가 나서...

어제 밤새 일하는 내내 듣고 또 들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아직 살아 있는 이들이 있다면.. 제발 구조대원들의 손길에 이끌려 바다 위로 두둥실 두둥실 떠오르라고.. 이미 생사를 달리한 영혼들은.. 그 차디찬 바다 속에서 민들레 씨앗들처럼 두둥실 두둥실 저 따스한 햇살 가득한 하늘나라로 떠나 가라고...

두둥실 두둥실 떠나가라고.. 이미 떠나간 영혼들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생존자가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뜨기 위한 눈물로..


----------

"하얀 민들레"

나 어릴 땐 철부지로 자랐지만 지금은 알아요
떠나는 것을 엄마 품이 아무리 따뜻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요
할수 없어요 안녕 안녕 안녕 손을 흔들며 두둥실 두둥실 떠나요
민들레 민들레처럼 돌아 오지 않아요 민들레처럼 민들레처럼
민들레처럼

나 옛날엔 사랑을 믿었지만 지금은 알아요
믿지 않아요 눈물이 아무리 쏟아져 와도 이제는 알아요
떠나는 마음 조용히 나만 혼자 손을 흔들며 두둥실 두둥실 떠나요
민들레 민들레처럼 돌아 오지 않아요
민들레처럼 민들레처럼 민들레처럼

https://soundcloud.com/zacchaeus/qd3rbhe4mz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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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4/23 01:39 2014/04/2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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