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위한 긴 호흡

요즘처럼 복잡하고 분화된 사회 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느냐는 '정보의 양'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보의 정확성과 적절성'같은 '정보의 질'인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란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인다. 이 복잡한 사회에서 그들은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너무 복잡미묘해서 쉽게 말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좋은 나침반'을 가진다는 건, 생존의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소위 각 분야의 '지식인'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일수록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 그래서 자기 전문 분야를 넘어선 곳에서 '좋은 나침반' 역할을 해줄 이들을 찾는데 더 예민하고 열심이다. 왜냐면 쉽게 끓고 식는 '여론'이라는 특성상, 전문가란 사람들이 자기 분야가 아닌 곳에서 내뱉는 실수에도 쉽게 실망하기 때문이다.

(이게 옳다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가끔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용감(?)하게 전부 안다는 듯이 단호한 어조로 떠들어대는 무모한 분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지식인들은 자기 분야와 직접 관련되지 않았는데 발언해야 할 때, 자기가 생각하는 그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재구성해서 뼈대를 짜고 거기에 자기 얘기를 얹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안전'하면서도 '자기 얘기'를 하는 전문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를 파악하는 건 쉬운 듯 하면서 어렵고, 어려운 것 같지만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헌데 더 큰 문제는 그게 아니다. 복잡미묘하게 분화된 사회에서 간단명료한 몇 가지 프레임과 입장만 가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이를 소통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이론가와 운동가의 영역은 나뉜다. 정서를 최대한 배제해야 하고, 사실관계에 근거해 논의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학술적 영역. 정서적 흐름을 최대한 읽어내서, 대중이 눈치채지 않게 재배치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운동의 영역. 이 둘의 영역은 겹치지만 다르다. 그래서 하나의 사안에 대해, 항상 두 가지 층위 이상의 싸움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다른 층위와 작동 방식 때문에 많은 오해가 쌓이지만, 그래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영역. 그렇게 우리는 '혼자' 싸울 수 없음을 배워간다. 아프고 흔들려도 묵묵히 함께 하는 길벗들이 필요한 것이다.

* 덧붙임. 꽤 오래 전부터 '또 다른 길'을 꿈꾸며 주장해온 한 지식인이 있다. 최근 그의 주장이 담긴 책으로 인해 겪는 아픔이 참담하게 느껴지는 건, 나 또한 그리스도교 내에서 '또 다른 길'을 꿈꾸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큰 틀에서 '우리에겐 또 다른 길이 필요하다'는 그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중 속으로 한걸음 내딛은 그의 용기를 지지하기에, 단상을 남긴다. 그의 주장은 법정이 아닌 토론장에서 다뤄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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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2/19 06:42 2015/02/1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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