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어디쯤

길벗들과 어울려, 어릴 적 다니던 동네 교회 앞을 지나가다가 툭 던진 한 마디.

가정사로 한참 힘들던 사춘기 때, 밤 늦게든 새벽이든 언제나 열려 있어서 아무 때나 찾아가 맘껏 울며 기도할 수 있었던 교회가 그립다던 저의 말.

수시로 드나들던 네 발걸음을 말 없이 지키고, 수시로 교회를 돌보던 사찰(관리)집사님의 박봉과 쉼없는 노동 덕분에 가능했던 일 아니냐던 길벗의 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이 할 말을 잃었다. 그마저도 이제는 경비업체로 바뀐 지 오래라던데..


전부는 불가능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다른 길로 걷는 '새로운 형태의 선교적 교회'에 대한 사람들의 필요와 꿈들이 하늘 아래에 쌓이는 요즘. 그런 교회를 세워 보겠다고 길벗들과 함께 시작한 성찬예배 모임.

개인적으로 힘겹게 부딪히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에서 일반 노동자들과 비슷한 조건으로 노동하는 직무 사목자로 생존하며 하나의 교회를 온전히 섬기는 게 '어디까지' 가능할까란 고민.

나보다 더 열악한 조건과 상황에서 노동하는 신자들 돈 받지 않거나 최대한 적게 받는 것까지는 좋은데, 실상 대한민국에서 남의 돈 받는 것도 꽤나 쉽지 않은 일이니.. 그나마 교구나 기관 사목을 하면서 교회를 병행하는 것까지는 가능한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거나, 추천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열심히 준비하면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모델은 더욱 더 아니고.. 이마저도 '병행'이란 측면에서 한 사람이 몇 가지 역할을 한다는 게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일인지도 ㅎㅎㅎ


교회가 일정한 공간을 갖는다는 건, 그 공간이 '죽지 않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효율적인 유지비'라는 것 그리고 신의 숨결을 느끼는 '독특한 시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특징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이 또한 돈과 노력이 들어가니, 섣부르게 결정하거나 움직일 수도 없고..

전쟁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신의 숨결을 더 잘 느끼며 살도록 돕는, '공명통'으로 살아야 하는 직무 사목자에게 기본적으로 요청되는 '기본기'. 하지만, 일반 노동자들과 비슷한 조건과 상황에 얽매인 일반 노동을 하는 사목자의 '현실'. 그리고 '기본적인 사목 관계'를 요즘 방식으로 맺기를 요청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

그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비틀거리는 스스로를 대면하는 순간들.


함께 걷는 길에선 나를 좀 더 내려놔야 하고, 나를 내려놓는 일에는 항상 한계가 따른다. 모든 것이 안개에 가려있고 한 번의 걸음이 중요할수록 더 신중하게 걸어야만 한다.

지금 안개 가득한 경계선 어디쯤에 서서, 더 나아가지도 뒤로 돌아서지도 못하는 내 현실과 한계가 지독한 절망과 간절한 기도로 다가온다.

주여.. 속히 와.. 우리를 도우.. 소서..


* 덧붙임. 많은 점에서 귀감이 되는 한 목사님의 고민이 담긴 담벼락 글에 남긴 댓글을 내 담벼락에 다시 옮긴다. 이것 참..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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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11/07 03:51 2014/11/07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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