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이미 형성된 정서 속에서 판단하며 사는 게 편하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 현상과 형성된 정서 이면이나 다양한 결을 살펴 예리하게 밝혀내도록 훈련해왔다.

그래서 대중과 전문가는 늘 부딪히기 십상이다. 특히 그 전문가의 문제의식이 낯선 것일수록,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서나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비판할수록 부딪힐 확률은 더 커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중 정서에 맞춰 예리한 분석이나 비판은 피하고, 내가 속한 진영에 있는 이들에게 '우쭈쭈'를 남발하여 내 '확실한 지지자'로 만든 뒤에, 선도적 지도자의 위치를 얻으면 될까?

아니면 대중 정서의 맹점을 더 깊이 파헤치면서,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몇몇 여론주도층을 데리고 핵심 그룹을 만들어 '진지'를 판 뒤에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될까?

근현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한민국의 여러 동네. 80년대 이후, 독창적이고 의미있는 몇 개의 사조나 연구 그룹이 자리잡아 발전적으로 상호 비판하는 풍토가 사라진 우리. 전부 아니면 전무가 되어버린 생존 게임의 시대.

둘 다 답이 아닌 건 알겠는데.. 대부분 둘로 귀결되니.. 고민은 깊어지고, 한숨은 늘어만 간다.

( 그래.. 다른 길이 있을 거야.. 분명 또 다른 길이 있을 거야.. 찾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해.. )

* 덧붙임.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건,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 없단 걸 자주 잊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어깨가 필요하다. 상호 존중 가운데 신랄하며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하며, 쉽게 판단하지 않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누군가 내게 정답을 주리라'는 헛된 기대를 빨리 접고, '따로 또 같이' 길을 찾는 용기가 필요하다.

-----

모두가 평등한 시대. 당연히 지지한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동, 네트워크, 공동체. 당연히 지향한다.

다만 그 이상향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임시적인 주도 그룹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성공회가 말하는 '협의된 약속 준수와 임의성 간의 상호보완 구조'를 좋아한다.

그런 전제를 가진 메모 하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자캐오

2015/02/27 02:16 2015/02/27 02:16

Trackback URL : http://www.zacchaeus.kr/trackback/567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496 : 497 : 498 : 499 : 500 : 501 : 502 : 503 : 504 : ... 971 : Next »

블로그 이미지

가난, 소외, 여성 & 그 언저리에 함께 하는 무지개빛 성령님...

- 자캐오

Calendar

«   2018/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13321
Today:
44
Yesterday:
32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