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퇴근하자마자 전철에 몸을 실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세 번째 만남.

요청하신 세례성사를 진행한 후,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습니다.

치유.. 소망.. 평안.. 우리를 잇는 세례와 신앙.. 하느님나라.. 부모와 같은 존재.. 하느님..

마음을 다잡느라 기도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아 툭툭 끊기는 기도..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아멘.. 아멘..” 응답하시는 어머님.. 그 마음을 짐작할 수도 없어서 그 짧은 몇 분이 몇 시간 같이 느껴졌습니다.

세례성사와 기도가 끝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제 손을 꼭 잡고 계신 길벗의 어머님. 일부러 너스레를 떠니, 빙그레 웃으시며 미소를 보여주십니다.

교회.. 세례.. 사제.. 생사의 갈림길.. 글과 말로는 다 풀어낼 수 없는 만감과 생각이 교차한 하루.

그 모든 과정에 함께 한 이들 앞에서는 담담하게 말하고 빙그레 웃습니다. 그렇게 담담하게 웃는 만큼 깊은 슬픔과 마음의 눈물로 범벅이 됩니다. 생사의 갈림길 앞에서 힘겹게 싸우고 계신 분 앞에서, 그 곁을 담담하게 지켜내고 있는 길벗 앞에서 사제이자 길벗으로 서 있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세례가 디딤돌이 되어 또 하루를 살아가시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울음을 참습니다. 몇 번씩 곱씹다가, 조심스레 하느님나라의 소망도 하느님의 따스한 품도 있다는 걸 마음 한켠에 묻어 두시라는 말씀을 드리며 한숨과 눈물을 삼킵니다.

그런 제 손을 꼭 잡으시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요. 그리고 신부님 말씀처럼 칭얼거릴 분이 생겼네요. 그 품도 잊지 않을게요."라고 답하십니다. 와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또 하십니다.

저는 그저 이렇게라도 그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짐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음에 그저 숨죽여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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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8/21 03:02 2014/08/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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