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정황과 맥락의 책인 성서를 쉽게 일반화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마지막 때’와 같은 독특한 이야기는 더 그렇다. 무엇보다 마지막 때에 대한 이야기를 ‘불안과 공포의 속삭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직 ‘희망의 근거이자 사랑의 완성’으로 읽고 삶으로 전해야 한다.

라는 내용을 담은 대림1주일, 조금 긴 제목의 말씀 나눔 ^^

——————

“그 날에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은 서로 사랑하며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아멘.

오늘은 교회력에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대림1주일입니다.

대림절기는 복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사람이 되신 하느님’으로 오신 성탄절을 기억하며 기대하는 기간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우리가 2천 년 전에 있었던 일로 전해지는 그 사건을 기억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인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탄생’이 우리 한가운데 온전히 이뤄지는 그날, 우리는 그렇게 ‘다시 오시는 하느님’에 대한 약속을 기억하며 기대합니다.

그래서 대림절기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기억하며 기다리는 시간이며, 동시에 ‘다시 오시는 하느님’에 대한 약속을 기억하며 기대하는 시간입니다.

이런 날, 우리는 ‘마지막 때’에 대한 선언을 읽고 듣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인 루가 복음서는 이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하신 말씀으로 기록하여 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이 다시 오실 날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셨으니, 그를 ‘하느님’으로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마지막 때는 ‘꼭 이뤄질 약속이자 희망의 근거’가 됩니다.

힘겨운 일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불이익과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그런 날들이 결국 ‘믿는 이들의 승리와 놀라운 보상’으로 끝난다는 메시지는 ‘희망’ 그 자체였죠.

이제 전쟁과 자연재해, 기근 등 여러 가지 징조가 보일 텐데, 이런 것들이 “여름이 벌써 다가온 것”처럼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온 징조라는 말씀은 믿는 이들이 그 어려움들을 견뎌낼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루가 21:29-31).

더군다나 예수께서 그 날에 대해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세대가 없어지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나고야 말 것이다.”라고 얘기하셨으니, 눈앞에 닥쳐온 여러 어려움들이 기약 없는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오지 않게 되었습니다(루가 21:32).

이처럼 성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고 따르는 소수 사람들에게 ‘그들이 계속 믿고 따라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려주는 책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서는 ‘누구나 문자적으로 읽고 세상 모든 일들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독특한 이들이 읽고, 왜 그들이 생명까지 걸고 믿고 따라야만 하는지 알려주는 특수한 책’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마지막 때’에 대한 이야기를 특별한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가 아닌 그 바깥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역사나 사회,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려는 순간에 온갖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우리, 오늘 복음서 말씀인 루가의 복음서 21장 25절부터 28절까지 한 목소리로 읽어 봅시다.

“그 때가 되면 해와 달과 별에 징조가 나타날 것이다. 지상에서는 사납게 날뛰는 바다 물결에 놀라 모든 민족이 불안에 떨 것이며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올 무서운 일을 내다보며 공포에 떨다가 기절하고 말 것이다. 모든 천체가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에 사람들은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너희가 구원받을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

이 말씀을 읽을 때에 예수 그리스도를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자 ‘다시 오실 하느님’으로 믿고 따르던 소수 그리스도인들의 간절한 마음과 눈으로 읽으면, 이들이 그날을 맞이하기 위해 ‘견디며 기다려야 할 이유와 희망의 근거’가 됩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으로 읽으면, ‘불안과 공포’를 속삭이며 ‘곧 이런 날이 올 건데, 너희들 안 믿으면 모두 멸망을 맛보게 된다’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협박’으로 읽히는 거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들이 읽고 그 믿음을 흔들림 없이 지키라고 전해진 이야기를, 예수 그리스도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곧바로 적용하며 그들에게 ‘불안과 공포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외치는 꼴이 되는 겁니다. 이 부분은 적용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을, 왜 그런 관계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관심조차 없는 이웃들이 협박으로 들을 수도 있게 떠드는 걸까요?

우리, 이쯤에서 교회의 스승인 암브로시우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 목소리로 읽어 봅시다.

“많은 사람이 신앙에서 멀어질 때, 불신의 구름이 밝은 신앙을 가릴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제 믿음에 따라 거룩한 태양(말라 3:20 참조)이 밝아지기도 하고 흐려지기도 하니까요. 사람들이 하늘의 해를 바라볼 때도, 보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흐리게 보는 사람과 밝게 보는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영적 빛도 믿는 이의 경건함에 따라서 달라지지요.”
- 암브로시우스, <루카 복음 해설> 10, 36-37., <교부들의 성경주해: 신약성경 Ⅳ>, 463쪽.

교회의 스승인 암브로시우스가 말했듯이 ‘보는 사람에 따라’ 볼 수 있는 게 다르고 보이는 게 다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에게는 마지막 때에 대한 말씀이 ‘약속이자 희망의 근거이며 사랑의 완성’이지만, 그런 관계와 상관없는 이들에게는 ‘불안과 공포의 속삭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를 향해 선언되고 기록되어 전해진 말씀을 함부로 우리 이웃에게 적용하며 선언하고 외치면 안 됩니다.

그보다는 오늘 1독서인 예레미야의 말씀처럼, 믿는 이들에게 ‘그날은 야훼께서 우리를 되살려 주셨음’을 알게 하는 ‘희망과 약속의 날’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때를 ‘사랑의 완성’이 이뤄지는 날로 약속받은 사람들답게, 우리가 받은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모든 사랑을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삶이야 말로 ‘마지막 때’를 하느님의 사랑이 온전하게 완성되는 날로 약속받은 사람들이 전하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메시지이며 복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께서 친히 우리의 길을 잘 열어, 우리가 여러분에게 갈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여러분의 사랑을 키워주시고 풍성하게 해주셔서 우리가 여러분을 사랑하듯이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고 또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마음이 굳건해져서, 우리 주 예수께서 당신의 모든 성도들과 함께 다시 오시는 날, 우리 아버지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없는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1데살 3:11-13)

우리 기억합시다. 그 날에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은 마지막 때를 ‘불안과 공포의 속삭임’으로 만들어 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느님께 받은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며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그 날에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 대림절기가 시작되는 첫 번째 부활의 날에 그와 같이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과 교회만이 진정한 성탄의 의미를 깨닫고 복된 소식을 전할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이런 성서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잠시 묵상합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멘.

* 본기도
영원하신 하느님, 밤이 깊을수록 새 아침이 더 가까워지나이다. 비오니, 우리가 항상 깨어 주님의 나라를 기다리며,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을 심판하러 오실 때 모든 성인들과 더불어 경배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 1독서, 예레 33:14-16 / 2독서, 1데살 3:9-13 / 복음, 루가 21:25-36

* 2018년 12월 2일, 대림 1주일(First Sunday of Ad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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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12/03 01:07 2018/12/0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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