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사회의 가난’과 매우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성공회 사제 중 한 명으로서 넋두리를 해볼까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2개월간 만 20~64세 금융 소비자 2만명을 대상으로 e메일 조사를 통해 결과를 분석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12일 공개했다.”

한국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는 이 보고서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첫 월급 171만원, 자녀교육 8552만원, 내 집 마련 20년’, 이게 한국의 보통사람에 대한 금융보고서란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대한성공회 사제들은 가정을 이루고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삶’에 더 가깝게 산다는 걸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대한성공회에서 책정한 호봉 가운데 ‘첫 월급’에 해당하는 신규 임용 전도사 1호봉 1년차 월급이 122만 5천원, 8호봉인 나는 153만원이다.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서 말하는 2030 사회초년생 첫 월급 171만원이나, 비정규직 월평균 174만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액수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제는 14호봉이 되어야 본봉 171만원이 되는 형편이다.

“최근 3년 내 취업한 2030 사회초년생의 월급은 평균 196만원이었다. 입사 첫해 171만원, 2년차 205만원, 3년차 218만원이었다.”

무엇보다 보고서 가운데 “한국의 ‘보통사람’은 가구당 월 438만원을 벌어 생활비로 절반을 쓰고 100만원은 저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표현은, 아무리 “가구당”이라지만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거의 없는 걸 봐서, 나는 정말 저소득층과 빈곤층에 가깝게 살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시켜줬다.

결국 젊은 성공회 사목자들에게 맞벌이는 기본이다. 나처럼 책정된 호봉을 다 받을 수 없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목자는 ‘각자 벌어서 충당하는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그러다 보니, 기사 마지막에 언급된 3040 여성들의 경제 활동과 50대 후반 은퇴자들의 경계활동 수치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3040 여성의 반이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그 경력단절 여성 가운데 66.6%만이 재취업에 성공하는 현실. 50대 중후반 은퇴자 월평균 지출이 261만원이라는 수치.

“3040 여성 51.7%는 정기적인 소득 활동을 하다가 임신(20.3%), 육아(16.4%), 결혼(11.8%), 자녀 교육(3.2%)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이 중 66.6%는 재취업에 성공했으며 재취업 이유로는 생계 책임(59.5%), 자녀 교육비 마련(38.8%), 자기계발(23.6%), 생활비 보탬(15.7%) 순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의 은퇴자의 38.3%는 별다른 노후 설계 없이 은퇴를 맞았다. 평균 56세에 은퇴를 하며, 은퇴 후에는 월평균 261만원을 지출했다.”

이처럼 ‘소명과 생존의 어디쯤’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도 버거운 사목자들이 태반이 넘는 현실. 그러니 어떤 순간엔 넉넉한 교회에서 호봉 외에 이런저런 혜택을 받는 사제들이 말하는 ‘변화’는 상대적으로 배부른 사람들의 기름진 낭만으로 왜곡될 때가 있다. 가난한 교회에서 호봉도 못 받으며 무기력해지는 사제들이 말하는 ‘변화’는 짠한 공감이 가나 빈약한 현실 회피로 오해될 때가 있다.

이런 현실 가운데, 대체 대다수 성공회 사제들은 어떻게 살 수 있는 걸까. 나처럼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사는 커플도 한 사람이 1년만 경제 활동을 멈추면 휘청거리고 매달 버티는 게 숙제가 되는 현실인데, 어떻게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시키는 걸까 궁금하다. 그들이 책값보다 분유값, 자기 성숙을 위한 비용보다 자녀 교육비를 ‘우선’ 지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내가 속한 서울교구보다 더 가난한 대전교구나 부산교구는 더 심각한 현실이니, 부산교구 사제는 서울교구의 반 정도 겨우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사제들에게 어떤 내용의 ‘선교와 소명’을 요청할 수 있을까. ‘교회다움’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있을까.

2018년의 대한성공회. 대외적 선교 이미지가 제대로 된 내용을 가지기 위한 ‘더 급한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늘상 반복되는 ‘특단의 조치’가 실행되지 않는 이상, 구성원들에게는 그저 ‘양치기 소년의 외침’일 뿐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가난한 교회와 사목자’를 말할 때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만들어 가야한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가 떠들고 논의하는 건 항상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와 교회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난한 교회와 사목자로서 넋두리를 끄적여봤다. 이만, 총총.

[경향신문] “서울서 아파트 사려면 20.7년…정규·비정규직 소득 1.8배 차”
- 안광호 기자 | 수정 : 2018.03.12 22: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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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정부(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하는 ‘중위소득’이라는 게 있다. “국내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인데, 이게 최저생계비 책정에 기준이 된다.

2018년 가구원 수별 중위소득은 “1인가구 167만2천원, 2인가구 284만7천원, 3인가구 368만3천원, 4인가구 451만9천원, 5인가구 535만5천원, 6인가구 619만1천원”이다 ^^

[연합뉴스] “내년 1인가구 월소득 50만원 이하면 생계급여 받는다”
송고시간 | 2017.07.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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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03/14 12:06 2018/03/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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