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여성은 태양이었다. 진정한 사람이었다.

지금 여성은 달이다.

타인에 의존하여 살고 타인의 빛에 의해 빛나는

병자와 같이 창백한 얼굴의 달이다.

우리는 숨겨진 우리들의 태양을 지금 되찾아야만 한다.

숨겨진 나의 태양을, 숨겨진 천부적 재능을 드러내라.

이것은 우리 내부를 향한 끝없는 외침,

억누를 수 없고 사라지지 않는 갈망,

모든 잡다한 부분적 본능이 통일되는 마지막의 전인격적인 유일한 본능이다.”

- 히라쓰카 라이초 (平塚らいてう), 일본 최초 페미니즘 잡지 <세이토> 창간사.


휴일 오전 회의를 마치고 부랴부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향했다. 얼마 전부터 짝꿍이 보고 싶어했던 <신여성(新女性) 도착(到着)하다> 전시를 보러 갔다.

역시 대한문 앞은 태극기 부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들고 있는 모습은 언제봐도 난감하고 기괴한 모습. 물론 그분들이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 땅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ㅡ.,ㅡ^

아무튼 그분들 사이를 뚫고 덕수궁 입장. 그런데 덕수궁 입장은 돈을 받는데, 삼일절이라 미술관 입장료는 무료~ 오호~ 아싸~ ^^ v

들어가자마자 급하게 재판까지 찍었다는 그 유명한 도록을 구입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곳곳에 있는 문장까지 읽어가며 관람을 마치니 2시간 30분~ ㅎㅎ

확실히 국립현대미술관이라 자료의 다양성은 뛰어난 것 같다는 인상.

관람하는 동안에 가장 많은 생각을 던져준 건, 전시된 여러 자료와 그림들을 보다가 툭툭 던진 짝꿍님의 첨언. “아.. 지금도 달라진 게 없잖아요.” 한숨섞인 탄식. 그것은 이 시대와 사회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졸고 있는 나를 깨우는 알람과도 같았다.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화가 나혜석님의 글 가운데 하나는 시민은커녕 ‘이등 인간’ 취급받던 당시 여성의 삶에 대해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동등한 사람이 아닌, ‘여성’이라는 이름 안에 가둬 ‘삼종지도’(三從之道)에 이어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역할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이성애-가부장적인 사회와 관계들.

집에 돌아와, 구입한 도록을 찬찬히 읽으면서 다시 생각에 잠기는 중. 다양한 형태로 동행 중인 길벗들 생각. 그들이 언제 어디서든 동등한 사람이자 여성, 그리고 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는 세계와 관계를 위한 싸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

일단, 별 생각없이 ‘당연시하는 것들’부터 되돌아보기. 사회와 관계, 그 안팎은 물론 내 안에서 속삭이는 수많은 당연한 것들에 대해 “정말? 왜?” 라고 물어보기.

* 덧. 아마 삼일절이라 더 눈에 띄었을 테지만, 전시된 인물들 가운데 친일 논란이 있었던 인물도 보였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유명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이었던 주세죽님에 대해서는 한껏 부각한 것과 묘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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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03/02 00:30 2018/03/0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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