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 정치, 뭘까.

* 2018년 2월 7일에 끄적인 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오랜 시간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 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

최근 그에 대한 여러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는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법무부든 기재부든 교육부든 성평등을 지향하는 젠더 관점이 전체적으로 정책에 녹아들게 하는 게 핵심이다. 성소수자를 포함하느냐 마느냐, 이분법적으로 대립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기독교연합’이라는 보수 개신교회 연합체를 찾아가, 여성가족부가 진행하는 성평등 정책이 동성애를 인정하거나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정책이 아니라면서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기연 대표회장이란 사람은 여성가족부가 “한국 사회 어머니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어.머.니.역.할?!!

이 땅의 정치라는 게, 현실 정치라는 게 그렇다. 더 많은 수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걸 거슬러 가려면 분명한 당위나 설득력, 또는 더 큰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라는 게 그런 식으로 ‘숫자 놀음’에 그칠 거라면, 오직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이뤄지는 거라면, 사람들은 더 이상 ‘정의나 인권’ 같은 걸 기대하지 않을 거다. 오직 더 ‘많은 숫자’를 모으는데 집중할 거다.

좋은 정치란, 그런 좋은 정치가 자리 잡은 나라란, ‘사회적 소수’이어도 괜찮은 나라, 소수로 존중받으며 또 다른 소수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나는 성평등 정책이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을 놓고 이분법적으로 대립할 문제가 아니라는 정현백 장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내 동의는 ‘성평등 정책이라면 ‘마땅히’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도 동등하게 존중받도록 구성한다’라는 방향일 때에 유효하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이 구성되고 진행되려면 ‘이성애-가부장제도와 관계’를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적당히 피하면서 성평등 정책을 얘기한다는 건,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그러니 성평등을 말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인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은 ‘나중에’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그건 그저 ‘부적절한 정치적 타협’일 뿐이다. 누군가의 존재와 인권을 ‘부적절하게 타협’할 수 있는 나라는, 분명 좋은 나라가 아니다. 좋은 정치는 더 더욱 아니다.

더 이상 존재 자체를 삭제하거나 부정하지 말라는 신음 소리. ‘나의 성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당신들에게 ‘허락’받거나 ‘승인’받을 이유가 없다. 나는 당신들이 함부로 ‘가짜’라고 말할 수 없다!’ 라는 외침.

이런 신음 소리와 외침을 ‘부적절한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죽어가는 자의 신음 소리와 얻어맞아 숨이 넘어갈 듯 외치는 소리가 도시마다 사무치는데 하느님은 그들의 호소를 들은 체도 아니하시네.” (욥 24:12)

이 밤, 욥의 탄식이 오늘따라 내 맘을 깊이 찢는 것만 같다. 이 밤, 그의 탄식이 나의 기도와 같기 때문이다.

——————

[경향신문] 정현백 여가부 장관 “화해·치유재단 올해 안에 청산”
구정은 정책사회부장 최미랑 기자 | 수정 : 2018.01.23 07:13:15

[뉴스앤조이] 여가부장관 한기연 방문, ‘성평등’ 용어 해명
- 청소년·가족 복지 분야 협조 부탁
구권효 기자 | 승인 2018.02.02 17:56

[기독일보] 여가부 장관 “성 평등 정책, 동성애 인정하거나 성 소수자 옹호와 무관”
박용국 기자 | 수정: 2018. 02. 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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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02/14 05:47 2018/02/14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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