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리와 같고, 우리는 그와 같아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아멘.

오늘은 교회력으로 연중 4주일이나,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한 축일은 주일보다 앞서 지킨다는 성공회 교회력 지침에 따라 2월 2일에 있을 ‘주의 봉헌 주일’을 앞당겨 지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기억하며 지키는 ‘주의 봉헌’이 우리에게 던지는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질문은 무엇일까요?

그 질문을 찾기 위해, 오늘 복음 말씀인 루가의 복음서 2장 30절부터 32절, 그리고 38절을 함께 읽어 봅시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 이 여자는 예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에 바로 그 자리에 왔다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예루살렘이 구원될 날을 기다리던 모든 사람에게 이 아기의 이야기를 하였다.”

방금 우리가 함께 읽은 것처럼, 그리스도의 생애 가운데 주의 봉헌이 우리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하느님께서 이루실 구원은 누구까지 해당하나요?’입니다.

답은 아주 명확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은 성서를 통해 분명하게 말합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성서를 기록하고 정리하여 전한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는 시므온에 이어, 예언자 안나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합니다. “예루살렘이 구원될 날을 기다리던 모든 사람에게 이 아기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이루실 구원은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야훼 하느님의 구원을 사모하며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더 이상 ‘유대인이냐 이방인이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구원을 사모하며 그 초대에 응해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해당됩니다.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느냐’가 우리의 구원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각 사람,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구원을 사모하며 매순간 그 초대에 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주의 봉헌이 우리에게 던지는 두 번째 질문은 ‘하느님께 봉헌된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입니다.

우리, 2독서인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 2장 14절부터 14절을 함께 읽어 봅시다.

“자녀들은 다같이 피와 살을 가지고 있으므로 예수께서도 그들과 같은 피와 살을 가지고 오셨다가 죽으심으로써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악마를 멸망시키시고 한평생 죽음의 공포에 싸여 살던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같은 피와 살을 갖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 한계에 묶이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이 세계와 우리들의 배신으로 죽음에 이르셨으나, 그 죽음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악마를 멸하시고 필연적인 죽음의 사슬에 매여 있던 우리를 해방시키셨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와 성서의 고백이며 증언이고 분명한 가르침입니다. 이제 그는 우리와 같고, 우리는 그와 같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모든 사람의 후손은 그가 원하고 행하기만 한다면 예수 그리스도라는 ‘희망과 가능성’을 품을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분을 갈망하며 돌이키는 모든 사람의 후손에게 ‘구원과 해방을 선물하는 신비’가 되었습니다.

이를 교회의 스승인 오리게네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함께 읽어 봅시다.
“시메온은 자기 팔에 안겨 있는 그리스도 한 분 말고는 장차 올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사람을 육신의 감옥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이는 시메온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 사슬에 묶인 채 집과 감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으로 다스리게 된 사람은 누구나 예수님을 잡아야 합니다. 두 팔로 감싸 품에 안아야 합니다. 그래야 갈망하던 곳으로 기쁘게 갈 수 있습니다.”
- 오리게네스 <루카 복음 강해>15,1-3., <교부들의 성경주해: 신약성경 Ⅳ>, 114쪽.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이 곳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희망과 가능성’을 품은 존재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구원과 해방을 선물하는 신비인 예수 그리스도’라는 선물을 받은 귀한 존재들입니다.

주의 봉헌이 우리에게 던지는 세 번째 질문은 ‘그렇다면 하느님께 봉헌된 예수님처럼 산다는 건 무엇인가요?’입니다.

오늘 1독서인 말라기 3장 3절부터 5절을 저와 번갈아가며 읽어봅시다.

3 그는 자리를 잡고 앉아, 풀무질하여 은에서 쇠똥을 걸러내듯, 레위 후손을 깨끗하게 만들리라. 그리하면 레위 후손은 순금이나 순은처럼 순수하게 되어 올바른 마음으로 제물을 바치게 되리라.

4 그 때에 유다와 예루살렘이 바치는 제물이 옛날 그 한 처음처럼 나에게 기쁨이 되리라.

5 나는 너희의 재판관으로 나타나 점쟁이와 간음하는 자와 거짓 맹세하는 자, 하늘 두려운 생각 없어 날품팔이, 과부, 고아, 뜨내기의 인권을 짓밟는 자들의 죄를 당장에 밝히리라. 만군의 야훼가 말한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 땅에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합니다. 그가 우리 안에, 우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는 우리와 같고, 우리는 그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정결하게 살아야 합니다.

이때 정결은 오늘 1독서가 강조하고 있는 ‘올바른 마음’으로 사는 것을 뜻합니다. 하늘 두려운 줄 알고 “날품팔이, 과부, 고아, 뜨내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는 죄를 짓지 않는 삶과 선택을 의미합니다.

이런 삶과 선택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안전과 위로를 위해 ‘하느님과 맘몬’이라는 두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오늘 주의 봉헌 주일을 맞이해 다음 세 가지 질문에 올바른 마음으로 올바른 답을 해야 합니다.

첫째, 하느님이 이루실 구원은 그 구원을 사모하며 매순간 그 초대에 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뤄집니다. 거기에 유대인, 이방인, 한국인, 필리핀인, 정규직, 비정규직, 남녀노소,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간성(intersex), 트랜스젠더 등 다른 조건 같은 건 없습니다.

둘째, 하느님께 봉헌된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희망과 가능성’을 품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우리 모두는 ‘구원과 해방을 선물하는 신비인 예수 그리스도’라는 선물을 받은 귀한 존재입니다.

셋째, 우리는 하느님께 봉헌된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하늘 두려운 줄 알고 삽니다. “날품팔이, 과부, 고아, 뜨내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는 죄를 짓지 않는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안전과 위로를 위해 ‘하느님과 맘몬’이라는 두 신을 섬기지 않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이런 성서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잠시 묵상합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멘.

* 1독서, 말라 3:1-5 / 2독서, 히브 2:11-18 / 복음, 루가 2:22-40

* 2018년 1월 28일, 주의 봉헌 주일(The Presentation of Our L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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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01/28 14:10 2018/01/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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