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땅의 일부 기독교 신학자이나 교회 지도자들은 신과 성서를 먼지 쌓인 ‘과거의 유물’로 만들어 버리는 걸까.

하나의 학문에 고유한 영역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학문들과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하나의 학문은 다른 학문들의 진보나 발전에 따라 갱신되어야 한다. 그런 점은 신학도 마찬가지다.

정규 신학 과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학교에서 한 번쯤 배웠을 거다. 우리가 기대고 있는 그 교리를 세우는데 커다란 공헌을 한 교부들이나 신학자, 교회 지도자들도 동 시대 학문이나 시대적 성찰과 대화하며 ‘신학적 입장’을 정리했다.

그 말은 그들의 신학적 주장 가운데 많은 부분이 그 시대 학문이나 성찰에 빚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교부나 과거 신학자들의 주장 가운데 어떤 부분은, 오늘날 과학이나 의학의 눈으로 보면 황당무계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 점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신학만’으로 이야기하겠다는 입장은 애초에 성립 불가능하다. 심지어 오늘날까지 흔들림 없이 대다수 기독교 교파들이 동의하는 듯한 몇몇 교리에 대한 ‘과거의 신학적 입장’은 더욱 그렇다.

엄연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고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신학적 입장’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다양한 학문과 시대적 성찰’과 연동되어 정리된 몇몇 성서 해석과 교리에만 기대어 ‘판단’하겠다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란 생각을 감추기가 어렵다.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 왜 ‘취향’과 ‘지향’을 구분해서 말하는지, 정신의학계가 44년 전인 1973년에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진단의 표준을 제시하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3판’(DSM-III,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III)에서 왜 ‘동성애’를 정신과 진단명에서 뺏는지, 질병이 아닌 동성애는 ‘치료의 대상’이 아닌데 ‘전환치료’를 주장하는 게 왜 문제인지, 오늘날 공중보건계에서는 HIV/AIDS 주요 전파 원인으로 왜 동성애가 아닌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지목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자료를 찾아보거나 알고 있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

그에 대해 주류 학계에서 검증된 자료를 제공하면, 오직 자신들이 내세운 몇몇 ‘기독교인 약사나 변호사, 물리학자’가 정리해준 문구만 앵무새처럼 따라하니, 대체 이런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대목에서 그가 어떤 ‘신학적 입장’에 서 있는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가 정통주의든 근본주의든 보수주의든 개혁주의든 복음주의든 진보주의든 자유주의든, 뭐라고 불리든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다른 의견에 대해 경청하는가’, ‘다른 주장의 근거를 날카롭고 엄밀하게 검증하고 식별하는가’, ‘그 과정 가운데 가능한 예의를 갖춰 소통하며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읽히느냐’가 더 중요한 식별 기준이다.

동성애를 비롯해 다양한 성소수자의 삶에 대해 오늘날의 학문과 시대적 성찰은 계속 갱신되고 있다. 특히 자신들이 다루는 주제가 ‘우리와 함께 숨쉬고 울며 웃는 존재인 사람’에 대한 것임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땅의 주류 개신교회나 천주교회가 오직 과거의 학문과 성찰에 기댄 ‘어제의 신학’에 기대어 한 걸음도 벗어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신과 성서의 이름으로’ 선포할 때마다, 왜 이 시대의 교회들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지 알 수밖에 없다.

신학도 오늘날의 학문과 시대의 성찰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갱신되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우리의 무지와 게으름으로 자꾸 신과 성서를 먼지 쌓인 과거의 유물로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영속시킨 불행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대 의학이 동성을 대상 으로 한 성적 지향과 행동을 병리화하는 것을 그만둔 지는 이미 수십 년이 지났다(APA 1980).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WHO 1992). <유엔인권이사회>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의 인권을 존중한다(2012). 두 주요 진단 및 분류 체계(국제 질병 사인 분류 ICD-10와 DSM-5)에서는 동성에 대한 성적 지향, 끌림, 행동, 그리고 성별 정체성이 병리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 2016년 3월, <세계정신의학회(World Psychiatric Association)> 성명서.

“의료인들이 성적 지향과 행동에 대해 편협하지 않은 인식을 가질 때, 건강한 사람에게도 아픈 사람에게도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동성애를 그 자체로 정신 장애(mental disorder)로 가정하거나 환자가 자신의 동성애적 성적 지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선험적 가정에 근거한 소위 ‘교정 치료(reparative therapy)’ 또는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 사용에 반대한다.”
- ‘Health care needs of homosexual population. AMA policy regarding sexual orientation’, 2010년,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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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7/08/15 03:47 2017/08/15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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