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9일, 성지주일 & 고난주일. 성주간의 시작.

오늘 길찾는교회 식구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성공회 나눔의집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 고난주일 연합 감사성찬례"를 드렸다. 그 시간에 나는 성공회 동대문교회에서 11시 감사성찬례 설교와 오후 특강을 담당했다.

그렇게 다른 자리에서 '따로 또 같이' 함께 한 시간. 나는 동대문교회 신자들과 함께 '교회는 왜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대답은 '교회가 꼭 있어야 합니다'가 아니었다.

'편드시는 하느님을 편드는 교회와 신자 그리고 식구들'이라면 교회로서 의미있는 존재일 테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그 '존재 이유'를 돌아보자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다만 평균 연령이 매우 높은 어르신들이 많은 곳이기에, 그분들이 흔히 사용하는 신앙 언어와 쉽게 따라하실 수 있는 동작으로 말씀드렸다. 그 이야기를 길찾는교회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드렸을 뿐이다.

길고 긴 수난 복음을 읽고 들은 뒤, 잠시 침묵한 후에 우리는 서로 묻고 답했다.

왜 이 자리에 '신자'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는가.

오늘 우리가 읽고 들은 수난과 십자가 사건, 그리고 부활 사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사건들을 기록한 성서. 그 성서는 기본적으로 '증언자들의 증언 모음집이자 편집본'인데, 그렇게 예수의 증언자로 부름받은 우리는 누구의 편이 되어 증언하며 살아야 하는가.

예수때문에 모인 우리. 그 놀라운 우주적 사건이 그 누구보다 바로 나와 내 이웃을 위한 사건이라는 고백. 이 땅에 왕으로 오신 하느님. 그러나 이 땅의 연약한 우리를 편들어 주시려고 '연약한 왕'으로 오신 분.

우리가 증언자이자 저항자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이 땅의 연약한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을 위해 어떻게 편들며 살아야 하는 지를 친히 보여주신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길.

어디서든 누구 앞에서든 메시지의 핵심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만나는 이들의 현실과 삶의 자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걸 수긍하고 인정해주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길, 그 수난과 십자가 그리고 부활의 길로 안내해야 한다.

그렇게 내 편으로 오신 주님을 만나야 한다. 서로의 편이 되어주라고 하신 주님을 따라서 떠나야 한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 불리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편이 되어 함께 살아야 한다.

몇 장의 이미지에 집중하고 간단한 몸동작을 열심히 따라하시면서, "아.."하는 소리를 내시는 어른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한 번 더 깨닫는다.

복음은 우리에게 갇히지 않는다. 두려워하지 말고 전해야 한다. 그분들의 삶, 그 곁으로 나아가 전해야 한다. 그 오래 전, 우리들의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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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5/03/30 00:28 2015/03/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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