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곧 나인 사람들.

국가가 곧 나인 사람들. '국가'라는 이름으로 승리하는 건 곧 나의 기쁨이오, 패배한 건 나의 수치인 우리. 국가의 통제는 아버지의 보호라고 생각하고, 국가의 간섭은 어머니의 보살핌이라 느끼는 우리.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과 수많은 폭력 앞에서도 나만 아니면 된다고 믿는 우리. 국가 자체에 대한 질문은 불경하며 비현실적이고, 오직 '정상 국가'에 대한 논의와 시도만이 가치있다고 믿는 우리.

균열과 탈주는 국가가 용인하는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믿는 우리. 상상과 발언, 심지어 증언조차 거기까지만 된다고 주장하는 우리.

월드컵이 아닌 FIFA컵. 수많은 민중의 눈물과 저항, 피흘림 위에 진행되고 있는 2014 브라질 FIFA컵. 국가의 틀 안에 묶여 있느라 다른 나라에서 살려달라 외치는 민중의 고통은 뒷전인 우리. 국가적 이벤트라 불리는 자본주의의 첨병.

어차피 산다는 건 어느 정도 분열적 인간으로 산다는 것. 그러니 FIFA컵 승패에 환호하는 건 각자의 몫. 다만 그 환호 뒤에 가린, 더 작고 연약하여 목소리조차 제대로 못내는 이들을 기억할 수 있기를. 자본과 국가의 통제 속에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세월호와 브라질 인민들의 메말라버린 눈물과 소리 없는 외마디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중과 인민이라 불리는 나와 같은 이들의 '기억과 상징 투쟁'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니. 그렇게 내 곁의 사람들과, 우리와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또 다른 국가의 민중과 인민을 위해, 삶의 한 조각을 나누는 연대로 세상은 변해갈 것이니.

그 자리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

* 덧붙임. 스포츠는 그 나름대로의 환희와 기쁨의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즐기는 건 각자의 몫. 다만 FIFA컵처럼 그 환희와 기쁨을 증폭(?)하기 위해 수많은 민중과 인민들의 고통과 희생이 수반되는 걸, 함께 인식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 환희와 기쁨으로 그걸 즐기는 사람까지 싸잡아 비난하고픈 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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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4/06/23 00:24 2014/06/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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