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1 17:13 / 국민일보 / 김영봉 와싱톤한인교회 목사]

1980년대 이후 영미 신학계에서 부활된 ‘역사적 예수 연구’의 한 축을 형성했던 톰 라이트(사진)는 캐나다 맥길대학교와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다 지금은 영국 성공회 주교로 일하고 있다. 새롭게 부활된 역사적 예수 연구를 ‘제3의 연구’라고 처음 이름 붙인 사람이 바로 그다.

그는 신약신학을 집대성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에 관한 질문’이라는 제목의 6부작 저서를 계획 중인데, 그 가운데 첫 세 권이 이미 출간되어 있다. 최근 번역된 ‘톰 라이트와 함께하는 기독교 여행’으로 ‘21세기의 C S 루이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라이트의 신학은 방법론에서 드러난다. 복음주의 진영에 있는 독자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철저히 자유주의 노선에서 자랐고 활동해 왔다. 그는 보수주의와 복음주의 진영에서 아직도 불편해하고 있는 역사비평 방법을 철저히 연마하고 그 방법론으로 신약성서를 연구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역사비평 방법의 전제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그는 ‘비판적 실재론’이라는 철학적 입장에서 역사비평을 사용한다. 비판적 실재론은 연구를 통해 알려 하는 대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알기 원하는 사람이 알려는 대상과 지속적인 대화를 함으로써 점차 그 실재에 접근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과거 사건을 ‘있었던 그대로’ 말할 수 있다고 믿는 계몽주의적 실증주의와 차이가 있으며, 실재를 부정할 정도로 주관적 의미에 치중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큰 차이가 있다. 역사비평은 실증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은 이 방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라이트는 비판적 실재론에 근거해 역사비평 방법을 창조적으로 사용해 왔다.

복음서의 자료들을 다루는 태도에 있어서 라이트의 또 다른 특징은 ‘긍정의 해석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복음서 자료에 대한 역사비평학은 “역사적으로 믿을 만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믿을 수 없다”는 전제 위에 서있는데, 라이트는 이러한 태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자료가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는 각각의 자료를 세밀히 연구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믿는다.

또한 그는 자신이 전해받은 기독교 신앙의 전제 위에서 신약성서를 연구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변증적인 냄새를 풍긴다. ‘예수 세미나’로 유명한 존 도미닉 크로산 교수는 라이트의 이러한 태도를 가리켜 ‘고상한 근본주의’라고 비꼬았는데, 라이트는 오히려 “아무 입장도 없는 해석이란 불가능하다”고 반박해 왔다. 많은 역사가들이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음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그런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역사비평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크로산 같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믿겠다’는 입장에서 그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고, 라이트 같은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믿을 만하지만 잘 살필 필요는 있다’는 입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까닭에 많은 사람이 그를 가리켜 ‘정통 기독교의 수호자’라고 평가한다. 그가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라는 명예를 내려놓고 교회로 나간 것을 볼 때 실제로 라이트 자신도 그러한 소명감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에 있어서 그는 1세기 유대교 종말론의 빛에서 예수의 말씀과 행적을 읽어야 한다는 정통적인 입장을 강력히 변호해 왔다. 그가 볼 때 예수가 살았던 1세기 팔레스틴 유대교의 종교적 배경을 소홀히 하는 예수 연구는 모두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 태도는 바울 신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라이트는 1세기 팔레스틴 유대교의 시각에서 바울의 신학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팔레스틴 유대교의 계약신학, 율법사상 그리고 종말론이 바울의 칭의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 그의 칭의론 해석은 ‘새로운 시각’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라이트는 자신의 시각이 바울 신학에 대한 바른 해석일 뿐 아니라 오늘날 교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에큐메니즘적 정신을 고양시키도록 돕는 데 훨씬 적실하다고 주장한다.

라이트의 신학은 아직도 펼쳐지는 과정에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자유주의와 복음주의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신학자며, 학자와 일반 독자에게 모두 말을 걸 수 있는 ‘이중언어’를 가진 사상가란 점은 틀림 없다.

덧붙임) 니콜라스 토마스 라이트Nicholas Thomas Wright 주교는 영국 성공회 저교회파(복음주의)의 영향력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b%8b%88% ··· 58a%25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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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8/02/16 00:31 2008/02/1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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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숨결 2008/02/16 00:41 # M/D Reply Permalink

    기사 제목을 누르시면 원래의 글인 국민일보로 넘어갑니다. 일간지 기사인 관계로 글을 걸 수 없게 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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