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리

"우는 자리"

난 요즘, 울음이 있는 자리,
다시 말해 '우는 자리'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고등학생 때,
학교 지하 소모임이었던 '불휘'라는 학생토론-사물놀이 모임에 들어가면서
흥사단 (서울) 고등학생 아카데미(줄여, 흥고아)로 연결이 되고

이 두 곳을 바탕으로
서울 북부지역의 고등학생 운동 연합같은 걸 만들어 움직였을 때,

난 늘 '우는 자리'에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부 선생님들한테 매 맞느라 욕 먹느라 울며 다녔고,

가끔 집으로 전화오는 경찰서 정보계 형사의 전화에

아버지에 이어 너까지 이럴 수는 없다며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어머니 앞에서
나는 아버지와 다르니 믿어달라고 절망하며 울고 또 울었다.

그때.. 사람들이 우는 자리엔 늘 나와 벗들이 함께 있었다.

90년부터 93년 초까지 세상에는 많은 일이 있었고,
그 많은 일들은 대부분 울음 없이는 함께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었다.

그리고 난 늘 그런 곳들에서
'깨어있는 고등학생들'이란 소리를 들으며 함께 하거나

연대발언을 해 달라는 부탁에
떨리는 마음으로 마음을 담아 울먹거리며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시간이 지나 신학대학으로 진학하면서, 내가 함께 있던 '우는 자리'는 바뀌었다.

그곳은 주로 개인적인 일로 절망의 끝에서
한자락 희망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의 '우는 자리'이었다.

가난에.. 병마에.. 가슴 아릴 정도로 씁쓸한 어르신의 마지막 가는 길에...

그런 자리에서 그분들에게 함께 우는 사람이 필요할 때,

난 그 자리에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내 애달픈 마음을 담아 간절히 기도하며 함께 울었다.

그저.. 당신들의 '우는 자리'에 함께 있어주는 것이 고맙다고..
그래서 우리 전도사님 훌륭하다고.. 그렇게..
내 손을 꼭잡고 울음 끝에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시는 그 분들의 얼굴을 보며

내 안에 있는 이기적인 죄와 교만에 다시한번 몸서리치며
그렇게 울고 또 울던.. '그런 자리'이었다.

그런데, 지금 난 '우는 자리'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

'우는 자리'에서 멀리~ 멀리 와 있다.

KTX 승무원 사태 때나,
FTA 체결 반대 때에나,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 때나..

난 그 울어야 하는 자리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다.

성공회는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공동의 영성생활'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난..

'우는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그곳이 이 세상 어디보다 '깊은 영성'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고,
이 세상 어디보다 '깊고 충만한 하느님 체험'이 함께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는 자리'.. 난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나사렛의 예수여..'


덧붙임 1)
지금은 '불휘'가 학교 공식 동아리가 되었단다.

당시 전교조를 구성하기 힘든 상황에서
평교사 협의회 활동을 하던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주요 직위를 맡고
우리가 보기에 우리를 마음으로나마 지지해주던 상담실 소속의 한문 선생님이
얼마 전에 교장으로 은퇴하셨다니 세월과 시대의 변화는 참 무섭다.

덧붙임 2)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에선 학생들은 맞으면서 커야 한다는
학생부 선생님들(웃기게도 그리스도교인들이 많았다 =.,=) vs
대화로 풀 수 있다는 입장의
'상담실 소속 선생님들'(타종교나 종교가 없는 분들이 많았다 ㅋㅋ)로 나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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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7/10/06 12:00 2007/10/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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