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김지하의 희곡 도입 부분에 있는 詩,
김민기 노래, "금관의 예수"


얼어 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읊조림)
고향도 없다네  지쳐 몸 눕힐 무덤도 없이 
겨울 한복판  버림받았네  버림받았네

아~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캄캄한 저 곤욕의 거리에

어디 있을까  천국은 어디
죽음 저편 푸른 숲에  아, 거기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읊조림)
가리라 죽어 그리로  가리라 고된 삶을 버리고
죽어 그리 가리라
끝없는 겨울 밑모를 어둠
못 견디겠네 이 서러운 세월
못 견디겠네 이 기나긴 가난
못 견디겠네 차디찬 이 세상
더는 못 견디겠네

어디 계실까 주님은 어디
우릴 구원하실 그 분 어디 계실까 어디 계실까



이 답답함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어제는 민주노동당의 분열이 있고,

목숨 걸고 서로의 등을 지켜주던 동지들이
이제는 서로의 등을 향해 뼈아픈 소리로 만들어진 비수를 날린다.

말 없는 지지로 그들을 지지하던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그 가운데 나 또한 민주노동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이제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명분'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희망을 꿈꾸며 함께 내일을 열어가 보자던 동지들을
길거리로 내몰아버린 그 못난 자존심으로 인한 상처는 어찌 다 감당하려나..

그렇게 등을 떠밀려 떠나는 이들 앞에 놓인 현실 또한 냉혹하기는 마찬가지..

가난한 달동네 출신이기에 대학 운동권과는 별 인연없는 나이지만
정서적으로는 '평등파'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좀 더 가깝게 느껴지기는 하나,

그들 또한 우석훈 선생의 말대로
'풍찬노숙(風餐路宿)'의 힘겨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음은 현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

가난한 이들의 벗이자 희망이었으나,

현실 속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외면당하고 희망을 안기지도 못한 이들의 분열..

답답해져 온다.


그러나..

내가 믿고 우리가 따르는 예수께서는,
자주 우리가 알 수 없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시곤 한다.

때론 그 길의 앞에
죽음만이 놓인 것처럼 음산한 기운이 도는 골짜기로도 인도하신다.

하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사랑하기를 그치지만 않는다면,

그 길은 결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은 피가 배일 정도로 이를 악물고,
무릎을 펼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기도를 하며,
그렇게.. 그렇게 살아야 하는 긴 겨울의 한복판이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소서.


2008년 입춘(立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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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8/02/05 06:20 2008/02/0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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