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린 비의 내음..

조용히 낮게..
그렇게 바람이 불었던 하루.

1년 3개월째인 대학원 생활,

금요일이 되면
월요일부터 시작된 기숙사 생활이 끝나는 날인지라
조금은 맘과 몸이 느슨해지고
그 느슨함을 틈타 피곤함이 몰려들곤 한다.

그럼에도 주말은

교회에서 맡은 역할을 하기 위해 집으로 잠시 돌아가기에
그 피곤함을 몸을 한두 시간 쉬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대학원 도서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도서관 창가에 맡아 놓은 자리에 앉아서도 쉽게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커피 한잔 핑계 삼아 다시금 도서관 앞 계단에 앉아
학교 주변에 꽃망울을 피우기 시작한 목련을 한참동안 쳐다본다.

종일.. 그런 나를 설레이게 한 것은

낮게 불어오던 바람에 실려온, 비의 내음이었다.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을 가만히 달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주말을 교회에서 보내기 위해 간단히 짐을 챙겨 돌아오던 길.

중간에 갈아탄, 사람 가득한 버스에서

아직 계절에 적응하지 못해 덧입은
몇 겹의 겉옷이 등줄기에 땀이 흐르게 하면

옆 사람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양해를 구하고서
비의 내음이 가득 실린 그 바람을 맞이하곤 했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이제 정말로 봄이 내 곁을 들러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봄은 왔는가 싶으면 금새 가 버릴 것이다.

그것이 순리이고 시간의 흐름이듯..

내게 허락되었던 열정과 교감의 깊은 기쁨은
그렇게 시간을 따라 조금씩 변해간다.

슬프고..

아련해지고..

쓸쓸해지는...

비의 내음을 담아 안은 바람이 내 곁을 머물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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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7/03/24 01:47 2007/03/2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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